요즘 청약시장의 가장 큰 관심은 '분양가상한제'입니다. 적용 여부에 따라서 청약 성적표가 현저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분양가상한제 지역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너도나도 청약을 넣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경쟁률이 낮은 것은 물론 당첨된 사람들도 줄줄이 계약을 포기하는 상황입니다. 이 와중에 정부는 이번 달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는데요. 제도가 바뀐다면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청약 수요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살펴봅니다.
분양가상한제란 신규 주택을 분양할 때 택지비와 건축비에다 건설사 이윤을 보태 분양가를 산정한 뒤 그 가격 이하로 분양하도록 한 제도입니다. 시세보다 낮은 수준으로 주택을 분양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목적으로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민간 택지까지 확대 적용됐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손질을 예고했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6월 중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분양가상한제는 택지비와 공사비, 가산비로 이뤄지는데요. 정부는 조합원 이주비, 조합 사업비 금융이자, 영업 보상, 명도소송비용을 가산비로 인정하는 것을 논의 중이라고 알려졌습니다.
분양가상한제 개편은 청약 수요자 입장에선 그리 반길 만한 소식은 아닙니다. 가산비가 오른다면 분양가 또한 오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수요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선 자금 확보가 급선무입니다. 청약시장의 열기가 뜨거웠을 땐 '선당후곰(선당첨 후고민)'이 유행이었지만 이젠 돈부터 마련하고 당첨을 기다리는 '선돈후당'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게다가 올 하반기에는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까지 예고된 상태입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벌써 7%에 임박했습니다.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전매제한 규정과 거주의무 기간이 있어 임대를 통한 자금 마련도 어렵습니다. 이젠 당첨되기 전, 돈을 확실히 조달할 수 있는지부터 철저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분양가가 오른다면 미분양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최근 서울 미분양 주택은 3년 만에 300가구를 넘어섰습니다(360가구). 경기 또한 미분양 주택이 2,000가구 이상으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방은 더 심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선 입지가 안 좋고 주변 인프라 없이 홀로 동떨어진 '나 홀로 아파트'들은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분양가상한제로 가격이 저렴하니 일단 넣어보자는 생각은 지양해야 합니다. 주변 매물의 가격 추이를 살피고 신중하게 청약을 넣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돈을 확실히 마련했고, 주택 입지 조건까지 꼼꼼히 따졌다면 오히려 지금이 기회일 수 있습니다. 가격 부담이 커진 만큼 경쟁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전까지는 가격 고민 없이 너도나도 청약을 넣어 경쟁이 치열했지만, 분양가상한제 개편으로 가격이 오른다면 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주택 유형별, 면적별 경쟁률이 다르니 미리 살펴서 잘 찾아 들어간다면 실거주나 투자 목적의 수요자 입장에서 역으로 재테크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