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검찰로 불리는 차기 금융감독원장 후보군에 검찰 출신들이 대거 거론되고 있다. 지난달 정은보 금감원장의 사의로 비어 있는 자리에 첫 검사 출신이 임명될 것이란 관측은 거의 굳어졌다고 한다. 전직은 물론 현직 검사들까지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2000년 출범한 금감원은 행시 출신의 정통 금융관료들이 원장을 맡아 민간이나 학계 인사가 임명된 경우는 없다. 금융기관들을 감시·감독하며 금융소비자 보호란 중책이 부여된 자리인 만큼 전문적 식견과 비전을 겸비한 인사가 적절하다는 취지에서다. 이전 정부에서 시민단체 출신의 김기식 전 의원은 임명 보름 만에 도덕성 논란 속에 퇴진한 바 있다.
검찰 출신이 임명된다면 금감원의 사정 기능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검사 경력자를 배치하는 배경도 봐주기 논란을 빚은 라임·옵티머스 사건 재수사는 물론 각종 금융범죄 수사를 원활히 지원하려는 의도라고 한다.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장에 검찰 출신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 역시 같은 이유일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서울남부지검에 증권·금융범죄 합동수사단을 부활시켜 이미 각종 경제범죄에 칼을 빼 든 상태다.
그러나 사정기관 경험만으로 급변하는 금융시장에서 혼란을 바로잡고 금융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은 포스트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거센 파고가 밀려오고 있다. 하필 금융시장 안정에 힘쓸 전문가가 필요한 시점에 사정 지원을 위한 수사전문가를 배치하는 격이란 경제계 우려가 틀리지 않다.
그러잖아도 대통령실과 정부 요직에 줄줄이 검찰 출신이 등용된 마당이다. 법무부 장차관은 예외로 하더라도 국정원 기조실장, 국무총리 비서실장, 법제처장, 대통령실 공직기강·법률·총무·인사비서관과 부속실장까지 '윤석열 라인'으로 채워졌다. 금감원장마저 꿰찬다면 이러고도 검찰공화국이 아니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검찰 출신을 중용하는 것이 '법을 잘 안다'는 이유 때문이라면 실무자로 쓰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