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마’ 푸이그, 키움 해결사로 복귀

입력
2022.06.0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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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전서 굿바이 역전 홈런 등 
타격감 끌어올리며 4번 복귀
키움 상위권 다툼에 힘 보태

“상대 팀에서 푸이그에게 다시 위압감을 느끼고 있다.”

‘야생마’ 야시엘 푸이그(32)가 타격감을 끌어올리며 4번 타자로 복귀, 키움의 상위권 다툼에 적지 않은 힘을 보태고 있다.

5일 현재 푸이그는 최근 10경기에서 13안타(36타수)를 뽑으며 타율 0.361에, 2홈런, 11타점, 7득점 등으로, 키움 타선의 중심에 섰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약점을 파고들던 상대팀도 이젠 푸이그가 타구 스피드, 인플레이 타구 등이 좋게 나오다 보니 생각이 달라진 듯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푸이그는 전날(4일) 한화 전에서도 3-3 동점인 10회 연장 2사에 타석에 들어서 상대 불펜 핵심인 강재민이 던진 142㎞ 직구를 밀어 쳐 우중간 담장을 넘기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푸이그는 “좋은 공이 들어오면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했는데 홈런이 됐다”며 “팀이 좀 더 수월하게 승리할 수 있도록 경기 초반에 홈런을 치고 싶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푸이그는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에서 거침없는 공격력과 수비력을 보여 야생마로 불렸다. 당시 같은 팀에 있던 류현진에게 득점 지원을 자주 해 역대 KBO리그 외국인 타자 가운데 가장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KBO리그 적응은 더뎠다. 바깥 쪽을 파고드는 상대 투수들에게 어김없이 공략당했다. 빅리그에서 132홈런을 기록한 타자의 위용은 사라지고, 지난달 20일까지 타율 0.197, 4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608 등의 성적에 그쳤다. 푸이그는 결국 4번에서 2번을 거쳐, 8번 타자까지 내려 앉았다. 외국인 타자를 하위타순에 배치한다는 것은 대부분 교체를 감안한 실패를 뜻한다.

하지만 푸이그의 반전이 시작됐다. 8번으로 첫 기용된 지난달 21일 한화 전에서 2회 무사 1·2루에서 적시 2루타를, 3회에는 2점 홈런을 각각 치며 이날 3타점을 기록했다. 푸이그가 한 경기에서 2타점을 올린 것은 4월 12일 NC 전 이후 처음이었다.

푸이그는 이후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는 해결사로 변모했다. 26일 LG전에서는 3회 적시타에 이어 6-3으로 앞선 7회 만루에선 싹쓸이 2루타 등으로 4타점을 올렸고, 27일 롯데 전에서도 3점 홈런 등으로 다시 4타점을 기록했다. 지난달 26일부터 2일까지 7경기 연속 안타다.

푸이그의 반전과 맞물려 키움도 완전히 상승세를 탔다. 최근 13경기에서 10승3패를 기록하며 6위에서 2위까지 올라섰다. 선두 자리마저 넘볼 태세다.

키움은 다시 푸이그를 2일 삼성 전부터 4번타자로 기용하기 시작했다. 이정후-푸이그-김혜성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이 이뤄져야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3할 타자보다는 압도적인 파워로 타선의 중심축을 푸이그가 이끌어주기를 기대한다는 의미다. 홍원기 감독은 “시즌 전 캠프 구상부터 푸이그는 4번이었다. 4번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게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다"라며 "타율보다는 3연전에서 홈런 1, 2개를 쳐주는 선수가 돼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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