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업계가 레벨3 자율주행차를 올해 잇따라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금껏 출시된 모델들의 자율주행은 레벨2~2.5로 운전자가 주행을 통제하되 차로 유지 보조와 원격 주차 등이 지원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레벨3에선 운전대를 전적으로 차량에 맡겨도 고속도로 주행과 자동 차로 변경 등까지 가능해 기존 모델들과 차별성이 크게 부각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31일 글로벌 컨설팅그룹인 삼정KPMG에 따르면 2035년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약 1,334조 원으로 지난해(8조8,900억 원) 대비 150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도 2035년에 26조2,000억 원으로 연평균 40%씩 급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자율주행차는 전기차와 함께 미래차를 대표할 혁신 기술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꼭 선점해야 할 시장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일반 소비자들이 기존 모델에서 경험하는 오토 파일럿이나 크루즈 컨트롤 등은 레벨2 자율주행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1위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는 2019년부터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을 모델S와 모델X, 모델3에 적용했고, 지난해 7월에는 기존보다 한 단계 진화된 'FSD 베타 버전 9.0'을 배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FSD는 신호등과 제한 속도를 인지하고 비보호 좌회전도 가능하지만 운전자의 통제가 필요해 레벨3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따라 자동차업체들은 '블루오션'인 레벨3 자율주행차 시장의 주도권을 미리 차지하기 위해 올해를 기점으로 잇따라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에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인 '고속도로 파일럿(HDP)'이 탑재된 제네시스 대형 세단 'G90'을 출시할 예정이다.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국내에서 레벨3 자율주행차가 나오는 건 G90이 처음이다. HDP는 곡선 주행이나 차선 변경은 물론 고속도로 진ㆍ출입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현대차는 G90 자율주행차의 속도를 시속 60㎞ 이하로 제한해 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는 관련 규정이 없지만 향후 미국과 유럽 등의 수출 가능성까지 감안해 국제 기준에 맞춘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제너럴모터스(GM), 볼보 등도 올해 레벨3 자율주행차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벤츠는 올해 독일에서 레벨3 자율주행인 '드라이브 파일럿'을 탑재한 대형 세단 '더 뉴 S클래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벤츠는 지난해 12월 독일 정부로부터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최초로 인증받아 테슬라를 앞질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BMW도 올해 하반기 미국 출시를 앞둔 신형 7시리즈에 처음으로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하고 이후 5시리즈와 X5, X7 등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벤츠와 GM의 레벨3 자율주행차의 국내 출시는 내년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2030년에는 레벨4 수준의 자동차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