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반도체 분야에 수백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두 회사의 주가는 제자리다. 반도체 주가는 일반적으로 6개월 이후의 업황이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에서는 하반기에도 불확실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주가는 올해 들어 15%, SK하이닉스는 17%가량 떨어졌다.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당일에도 두 회사의 주가는 각각 2%, 4.6%씩 내렸다.
하반기 반도체 시장을 두고 우울한 전망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수요 둔화다. 인플레이션 영향에 따라 경기가 부진하면서 스마트폰, 컴퓨터(PC) 수요가 줄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체가 핵심 먹거리로 삼고 있는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모바일(스마트폰) 40% △서버 30~40% △PC(노트북컴퓨터 포함) 10%대의 비중을 각각 차지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라 올 초부터 도시 봉쇄에 들어가면서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1분기 출하량은 20%가량 급감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13억3,330만 대로 지난해 대비 4%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PC 시장 역시 지난 2년 동안 원격근무 확대로 입었던 코로나19 수혜가 끝나면서 올해 역성장이 예상된다.
당초 수요가 충분할 것으로 보였던 데이터센터 서버 시장의 상황도 심상찮다. 메타,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실리콘밸리 정보통신(IT) 기업들은 1분기 부진한 실적을 받고 인력 감축 등 투자 축소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아마존웹서비스의 경우 교체 시기가 다가왔던 서버의 사용 기한을 연장할 것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이러자 지난해부터 이어졌던 메모리 가격 인상 신호도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고정거래가격(PC용 DDR4 8기가바이트 기준)은 지난해 7월부터 하락세를 보이면서 올해 들어 2월~4월 3.41달러에 머물고 있다. 시장은 올해 2분기에도 D램 가격이 최대 5%까지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이에 따라 분기마다 신기록을 쓰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실적도 하반기 하락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예상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2분기 15조1,000억 원, 3분기 16조 원으로 성장하다가 4분기 13조3,000억 원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 영업이익 역시 2분기 4조4,000억 원, 3분기 4조8,000억 원에서 4분기 3조5,000억 원으로 내려갈 것으로 봤다.
다만 중국이 상하이를 시작으로 6월 1일부터 코로나19 봉쇄 완화 조치에 들어가면서 경기가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여전히 있다. 이에 스마트폰 등 완제품 수요가 회복하는 한편 서버 투자도 정상화되면서 반도체 가격이 상승 전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온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과 주가는 ①미국이 금리 인상 추세를 완화하고 ②중국이 강력한 경기 부양을 해서 ③경기선행 지표가 강세를 보이면 상승 추세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