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과 인간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까. ‘쥬라기’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이하 ‘쥬라기 월드 3’)이 던지는 질문은 사뭇 진지하다. 시리즈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여러 윤리적 주제의 연장선상에 있는 질문이다.
전편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이후 3년 만에 관객과 만나는 ‘쥬라기 월드 3’은 1993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쥬라기 공원’으로 불을 붙인 ‘쥬라기’ 시리즈의 6번째이자 2015년 다시 시동을 건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3번째이면서 전체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영화다. 북미 개봉(10일)에 앞서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1일 개봉한다. ‘쥬라기 월드’ 시리즈 1, 2편의 시나리오를 쓰고 1편에선 연출, 2편에선 제작을 맡았던 콜린 트레보로 감독이 다시 연출을 맡았다.
전체 시리즈를 마감하는 작품인 만큼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주인공은 물론 원조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주연 배우인 샘 닐, 로라 던까지 총출동했다. 이언 맬콤 박사 역의 제프 골드블럼, 악당 헨리 우 박사 역의 BD 웡 등도 빠짐없이 등장한다.
‘쥬라기 월드 3’은 공룡들의 터전이던 이슬라 누블라 섬이 화산 폭발로 파괴된 뒤 섬을 벗어난 공룡들이 인간과 함께 살아가면서 각종 문제들이 불거지는 현상을 비추며 시작한다. 불법 교배로 공룡을 사고파는 장사꾼과 밀렵꾼들이 여기저기 출몰하고, 공룡의 공격에 인간 사회가 피해를 입는 일도 생긴다. 공룡과 관련한 불법행위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생명공학업체인 바이오신에 독점포획권을 부여한다.
공룡을 이용하려는 인간의 탐욕은 결국 위태로운 상황을 불러 일으킨다. 고생물학자인 앨리 새틀러 박사(로라 던)는 공룡 메뚜기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미국 농장을 조사하다 바이오신의 농약을 쓴 작물은 피해를 입지 않는다는 사실에 의구심을 품고 옛 동료 앨런 그랜트 박사(샘 닐)에게 도움을 청한다.
시에라네바다 산기슭에서 살던 오웬(크리스 프랫)과 클레어(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 커플에게도 사건이 생긴다. 친딸처럼 키우던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메이지(이사벨라 서먼)와 공룡 벨로시랩터 ‘블루’가 수컷 없이 나은 ‘배타’가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납치당한 것. 새틀러와 그랜트, 오웬과 클레어는 두 사건의 배후에 바이오신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바이오신 비밀 연구소가 있는 이탈리아 돌로미티 산맥으로 향한다.
영화는 납치 사건 뒤로 복제인간, DNA 조작 등 과학적 허구의 요소를 다수 차용하며 2시간 26분 동안 미국에서 몰타, 이탈리아 알프스까지 종횡무진한다. 시종일관 뛰고 구르며 동분서주하지만 집중해서 볼 만큼 흥미진진한 플롯은 없다. 공룡을 활용한 다양하고 화려한 액션이 목표인 만큼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든지, 캐릭터 간 갈등을 정교하게 구성하는 등의 수고는 하지 않는다. 악당의 존재도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대신 볼거리만은 차고 넘친다. 몰타의 고풍스러운 유럽식 건물들 사이로 벌어지는 공룡과 오토바이의 아슬아슬한 추격전, 설산과 정글을 배경으로 공룡의 공격을 피해 도망가는 액션 시퀀스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장 큰 육식 동물로 알려진 기가노토사우르스 등 고생물학자의 자문을 거쳐 탄생시킨 다양한 공룡이 등장하는데 이번 작품에 새로 선보이는 공룡만 10종에 이른다. 컴퓨터 그래픽(CG)을 최소화하고 공룡 몸체를 실제 모형으로 구현해서인지 공룡의 사실감은 시리즈 중 으뜸이라 할 만하다. 거창한 주제의식에 비해 플롯은 부실하고 엉성하기 그지없지만 시각적 쾌락만으로도 극장을 찾을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