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를 겨냥한 6차 대(對)러시아 제재안에서 헝가리를 예외로 두는 절충안을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반대하는 헝가리에 발목 잡혀 시간을 낭비하기보다 회원국 간 합의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EU 소식통을 인용해 EU 집행위원회가 이날 회원국에 보낸 대러 제재안 수정본에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해 들여오는 원유는 제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드루즈바 송유관은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체코가 러시아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주요 통로로, 우크라이나를 경유한다. 이번 수정안은 해상을 통해 유조선으로 들여오는 러시아산 원유에는 제동을 걸고, 대신 송유관을 이용하는 수입은 일단 허용하도록 제재를 완화하는 게 핵심이다.
그간 EU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규제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내년 1월에는 석유제품 수입도 차단하는 6차 제재안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원유 수입 65%를 러시아에 의존하는 헝가리가 자국 경제에 미칠 타격을 이유로 반기를 들면서 한 달 가까이 진통을 겪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러시아 원유에서 탈피하려면 장기적으로 180억 유로(약 24조 원)가 필요하다며 EU에 지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EU 차원에서 시행하는 제재는 27개 회원국 전체 동의가 필요한 탓에, 헝가리가 계속 ‘어깃장’을 놓을 경우 자칫 합의가 아예 무산될 수도 있다. 이번 제재안에는 러시아 원유 금수 외에도 러시아 은행 규제 강화, 러시아 국영 방송사의 EU 내 방송 금지, 우크라이나인 학살을 지휘한 러시아군 지휘관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 제재 등이 광범위하게 포함돼 있다.
결국 EU는 양보를 택했다. 30~31일 열리는 EU 정상회담에서 제재안 관련 논의를 마무리 짓기 위해서다. EU 소식통은 “합의가 안 됐다고 해서 제재를 아예 논의하지 않거나, 원유 금수 조치만 빼놓고 제재를 추진할 수는 없다”며 “이번 수정안은 러시아 석유 수입을 금지하되 헝가리에 공급하는 드루즈바 송유관은 한동안 제재를 면제해 EU 집행위와 헝가리가 이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벌어 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