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식탁 위의 GMO, 어떻게 바라볼까

입력
2022.05.31 05:30
16면

편집자주

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가 격주 화요일 <한국일보>에 찾아옵니다. ‘여행하는 과학쌤’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인 이은경 고양일고 교사가 쉽고 재미있게 전해드립니다.

장바구니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른다. 특별하게 산 것도 없는데 마트를 나설 때는 총 금액을 보고 놀라게 된다. 유기농식품이나 GMO 프리(free) 식품 등을 찾는다면 가격은 더 비싸지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높은 가격을 감수하면서도 GMO 식품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GMO가 무엇인지 우리는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을까.

GMO는 유전적으로 인위적인 변형을 거친 생명체를 뜻한다. GMO에 포함되어 있는 유전적인 변형의 종류는 광범위하다. 예컨대 병원체의 유전자가 포함된 일종의 DNA 백신을 이용해 숙주 유전체를 변화시키는 것 또한 유전적 변형에 속한다. 질병을 유발하는 특정한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숙주 식물의 유전체에 삽입하면 이후 이 식물이 같은 바이러스에 노출되었을 때 병을 앓을 확률을 낮춰준다. DNA로 코팅된 매우 작은 나노 구슬을 세포에 발사하는 방식으로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식물 세포에 삽입할 수 있는데, 하와이산 레인보우 파파야가 이렇게 탄생한 GMO 식물 중 하나이다.

하와이의 파파야는 한때 바이러스에 의해 멸종될 위험에 처해 있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식물은 광합성과 생장이 저하되며 대부분 열매를 맺지 못하고 고사한다. 간혹 열매를 맺은 경우 과일에 둥근 무늬가 생기기 때문에 이 바이러스를 링스팟(ringspot) 바이러스라 부른다. 병에 걸린 파파야의 즙을 빨아먹은 진딧물이 건강한 나무로 옮겨가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는 방식으로 둥근무늬병은 매우 빠르게 전파된다. 과학자들은 링스팟 바이러스의 단백질 껍질을 만드는 유전자로 나노 구슬을 코팅하여 파파야 식물 씨앗에 주입하였다. 이것이 레인보우 파파야의 모본이 되어 링스팟 바이러스에 저항성을 가지게 되었다.

이처럼 과학자들은 병원체나 날씨 등 환경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보다 잘 생장하는 작물을 만들기 위해서 유전적 변형을 연구하고 있다. 영양가 높은 작물을 많은 양 얻을 수 있게 된다면 인구 증가, 환경오염, 자원 고갈 등으로 인한 범지구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러한 연구의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서로 다른 종의 유전자를 이식하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물질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으며 식품으로 이를 섭취했을 때 알레르기 반응이 유발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GMO를 개발하는 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고 검증을 하는 것은 분명히 필요한 일이다. 다만 현재 식탁 위에 올라온 GMO 식품들은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충분한 검증이 이뤄졌다는 것이 학자들의 의견이다.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유전자 조작이 일어나지만, 그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여러 단계의 검증을 거쳐 사람에게 널리 이용되고 있듯 말이다. 유전자를 조작한다는 사실 자체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안전성을 검증하는 과정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의견을 제시한다면 인류의 삶은 더욱 윤택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