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26일 교육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발표했으나 장관급인 금융위원장 인선은 여전히 결론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장 후보자 공개가 미뤄지면서 금융감독원장, KDB산업은행 회장, IBK기업은행 행장 등 금융당국·국책은행 수장 인선도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 새 정부의 금융 분야 국정과제 이행은 물론 루나 사태 등 현안 대응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 초대 금융위원장으로는 금융위 사무처장을 지낸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나 공식 발표는 아직이다. 현행법상 금융위원장은 다른 부처 장관과 달리 새 정부가 임기를 시작한 후에야 지명할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금융위원장 후보를 정권 출범 직후 공개했으나 윤석열 정부는 2주일 넘게 확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당초 정국을 꽉 막히게 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 동의안이 지난 20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금융위원장 인선은 임박했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날 교육부, 복지부 장관 후보자 발표로 금융위원장 인사가 더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회 인사청문회 전후로 '낙마 리스크'를 줄이려면 시차를 둔 공개가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원장 인사 지연은 금감원장, 국책은행장 후임 인선도 늦출 수밖에 없다. 통상 새 정부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에 이어 발표하는 게 수순이다. 또 국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이 대통령에 제청하는 직이라 적어도 새 금융위원장 임기가 시작해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국무조정실장(장관급)으로 내정된 후 불거진 당정 갈등은 금융당국과 유관기관 인사를 더욱 꼬이게 만드는 요인이다.
현재 정은보 금감원장, 이동걸 산은 회장 후임으론 각각 이병래 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이 물망에 오른다. 기업은행 새 수장은 아직 하마평이 돌진 않지만 과거처럼 내부 출신과 전직 금융 관료가 경합할 전망이다.
금융권에선 2017년 5월 출발한 문재인 정부가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출범 2개월 만인 7월에 지명한 상황과 비슷하게 흘러갈까 우려한다. 당시 금감원장, 산은 회장 인선은 금융위원장 공개가 지연되면서 줄줄이 연기됐다. 문제는 금융당국·국책은행 지도부가 늦게 정비될수록 국정과제 이행, 현안 대응 등 업무 공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국책은행은 대출 규제 완화, 루나 사태, 쌍용차 구조조정 등 당면 과제들을 실무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지도부 인선이 오래 걸리면 정책의 최종 결종도 그만큼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