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을 동일선상에 두는 건 요즘 담론이다. 1967년 환경운동이 태동하던 시기 나온 이 책이 놀라운 건 그래서다. 책의 문제의식은 50년도 더 앞서 있다. 바로 어제 쓰인 듯한 책은 영국 에식스에 사는 평범한 사무직 노동자가 1954~1964년 송골매를 관찰한 기록의 산물이다.
"송골매에게 인식되고 인정받으려면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길을 지나며, 같은 순서로 행동해야 한다." 저자에게 매는 정복의 대상이 아닌 겸허히 마주해야 할 그것이다. "인간 특유의 수상하고 괴이한 행동을 피하고, 농장의 적의 가득한 눈동자 앞에 몸을 움츠려라. 두려워하는 법을 배워라. 두려움을 공유하면 가장 강력한 유대감이 형성된다." 인간과 자연 간 위계를 무너뜨리고, 자연에 복종하고, 자연이 안기는 고통을 감내하려는 건 이 책의 미덕이다.
책은 단순히 매를 관찰하고 환경을 고찰하는 조류탐사기가 아니다. 종종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과도 비견되지만 '녹색' 문학도 아니다. 그저 자연이라는 신을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에 가깝다. 출간 이래 반세기가 넘는 동안 영미권에서 자연 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혀온 이유다.
저자 역시 20세기 영국에서 가장 중요한 자연 문학 작가로 불린다. 전문적인 생물학이나 문학 교육을 받지 못했으나 매에 대한 강렬한 집착과 욕망으로 써내려간 원고지 1,600매 분량의 일기를 바탕으로 이 책이 나왔다. 발간 즉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걸작으로 인정받은 책은 이번에 국내 첫선을 보인다. 50주년 기념판으로 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