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주담대에 미래소득 반영까지...금융당국, 'DSR 우회로' 찾기 안간힘

입력
2022.05.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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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DSR 강화 유지' 결정에
규제변화 없이 대출한도 증가 방안 검토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어긋나" 지적도

금융당국이 대출 한도를 늘리면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건드리지 않기 위한 우회로 찾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대출규제완화 공약을 내세우며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DSR 강화기조는 이어가기로 결정하자, 관련 규제를 지키면서도 규제완화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전방위로 검토하는 것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50년 만기 정책모기지 상품을 내년 중에 출시할 방침이다. 현재 대표적인 정책모기지 상품인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의 만기는 최대 40년이다. 또 보금자리론의 주택가격 상한을 기존 ‘6억 원 이하’에서 ‘9억 원 이하’로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금융당국은 이외에도 DSR 산정에 반영하는 미래소득을 확대하는 카드도 만지작 거리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는 대출시점과 상환시점의 소득평균을 내 DSR를 산정하지만, 앞으로는 생애 최고 소득 구간인 45~49세 구간 소득을 기준으로 미래소득을 계산하는 식이다. 실수요자인 2030세대는 상환시점(30년 이후)과 퇴직연령이 맞물려 미래소득이 적게 잡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새 정책 도입되면 대출한도 증가 효과

금융당국이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DSR 규제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실수요자들의 대출한도를 늘리기 위해서다. 새 정부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은 최대 80%로 완화하면서도 DSR 규제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LTV와 DSR 규제를 한꺼번에 풀어버릴 경우 가계부채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차주는 소득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이 1년간 40%(2금융권 50%)를 넘을 수 없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정책이 도입되면 DSR 규제가 사실상 완화된다.

우선 정책모기지 등 서민금융상품은 DSR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정책모기지 상품은 시중 금융권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향후 은행·보험사에서도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이 출시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주금공이 40년 만기 보금자리론을 출시하자 은행권이 연달아 4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내놓았다. 이렇게 되면 연간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줄어 대출한도가 늘어난다. 마찬가지로 청년층의 미래소득이 높아져도 대출한도가 증가한다.

일각에서는 그간 가계부채관리를 위해 DSR를 도입했던 금융당국이 제도 도입 취지를 스스로 거스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한도가 늘어난다는 것은 결국 각 차주의 부채총량이 증가한다는 의미”라며 “그간 가계부채 건전성을 강조하며 대출을 강하게 묶어 왔던 금융당국 기조와 엇갈린 행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검토 중인 정책은 차주의 상환부담을 낮춰 주자는 취지”라며 “DSR 자체가 상환능력만큼만 대출을 해주는 제도인 만큼 도입취지와 엇갈린 정책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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