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열린 미일정상회담에서 ‘대만 군사개입’과 ‘중국 핵군축’ 등 민감한 안보 이슈들이 거론되면서 한중관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인다. 아직 한국이 한 발짝 떨어져 있는 사안이라 ‘잠재적 위험’ 수준이지만, 미중갈등이 더 격화할 경우 불똥이 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대만해협 문제와 관련해 중국으로부터 항의가 들어왔느냐’는 질문에 “필요한 소통은 계속되고 있다”며 “분명한 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는 정부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21일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해협 문제가 ‘인도ㆍ태평양 안보 및 번영의 핵심 요소’로 묘사됐지만, 양안 관계에 개입하거나 중국을 자극할 의사는 전혀 없다는 뜻이다.
한미 공동성명에 들어간 대만해협 언급은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으로 다시 부각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군사개입을 하겠느냐’는 물음에 “예스(그렇다), 그것이 우리의 약속”이라고 단언했고, 곧장 논란을 불렀다. 대만해협 분쟁 발발 시 주일미군 투입 가능성이 제기됐던 터라 발언 파장은 한미정상회담 때와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가 많았다.
물론 한국은 대만해협 문제와 연결고리가 거의 없어 이번 논란이 한중관계에 별다른 타격은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만해협을 둘러싼 동북아의 긴장이 계속 고조될 경우 한미 정상 간 합의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있다. 안 그래도 ‘인ㆍ태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로 한국 새 정부의 외교기조를 미심쩍게 바라보는 중국 입장에서 딴죽을 걸 명분이 하나 더 늘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미일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한국에 부담이 될 만한 내용이 여럿 담겼다. 중국을 콕 집어 “핵군축을 진전시킬 것을 촉구한다”는 문구가 대표적이다. 안보 전문가들은 이를 미국이 2019년 중국의 지상 중거리미사일 전력을 견제하기 위해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탈퇴한 것과 연결짓는다. 중거리핵전력 경쟁 완화와 중국 압박 신호를 동시에 발신했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국이 핵 경쟁을 멈추지 않으면 한국, 일본 등에 중거리 전력을 배치할 것이라는 메시지로 읽힐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미일 정상은 또 신장위구르 자치구 인권 침해에 우려를 표하는 등 중국의 약점을 한꺼번에 건드렸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미일 3국의 협력이 더욱 중시되는 만큼, 한국도 쟁점이 첨예한 사안에서 발을 빼기 어려운 순간이 올 수 있는 셈이다.
한편, 미일 정상은 한미정상회담 때처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제시해 바이든 행정부의 비핵화 원칙이 정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의 회담에서 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표현을 대체해 문구를 통일하려는 미국의 의지가 담겨 있다. 배경에 대해선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대한 최소한의 계승 의지를 밝힌 것” “북한과의 대화, 중국의 협조를 염두에 둔 것”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목표 규정에 관한 이견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