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원숭이두창 억제 가능" 자신했지만… 벌써 19개국서 확인

입력
2022.05.24 19:00
17면
EU 보건담당 "폭넓은 확산 가능성 작아"
확진 사례 131건 의심 사례 106건 보고
"천연두 백신, 85% 예방"… 각국 러브콜

유럽과 북·남미, 중동까지 아프리카 풍토병인 ‘원숭이두창’이 급속히 번지고 있지만 세계 주요 보건기관들은 바이러스 전파 확산을 억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반면 낙관론과 달리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또 다른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새 감염병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각국의 백신 확보전도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23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마리아 밴커코브 세계보건기구(WHO)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기술팀장은 “유럽과 북미 등에서 원숭이두창 발병 사례가 나오고 있지만 막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조기 인지와 격리 등 공중 보건 수단을 쓸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카메룬ㆍ중앙아프리카공화국ㆍ콩고민주공화국 등 아프리카에서 발병한 원숭이두창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지만, 충분히 억제할 수 있는 만큼 과도한 공포를 갖지 말라는 얘기다.

WHO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킬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WHO 긴급 대응 프로그램의 로자먼드 루이스 천연두 사무국장은 “변이가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면서 유사종인 ‘진성두창바이러스’류의 경우 변이가 발생하지 않고 매우 안정된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 역시 원숭이두창이 일반 대중 사이에 폭넓게 확산할 위험은 매우 낮다고 본다. 안드레아 아몬 ECDC 소장은 “현재 감염 사례 대부분은 경증이고 좀 더 폭넓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확산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밀접 접촉, 예컨대 다수의 성적 파트너가 있는 사람들 사이의 성행위를 통한 바이러스 추가 확산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스텔라 키리아키데스 유럽연합(EU) 보건담당 집행위원도 “현재 더 폭넓은 사람들 사이에서 확산할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심은 이르다. 여전히 각국에서 감염자가 속속 나오고 있다. WHO는 24일까지 19개국에서 131건의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와 106건의 의심 사례가 보고됐다고 전했다. 회원국들에 충분한 방역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관련 회의를 소집하기도 했다. 영국과 스페인은 감염자가 각각 57명, 40명으로 늘면서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4건의 감염자가 나온 벨기에는 확진자에 대해 3주간의 의무 격리를 도입했다. 원숭이두창 감염자 격리를 의무화한 국가는 벨기에가 처음이다.

각국은 확산을 막기 위해 고심 중이다. 대표적인 방어 수단은 백신이다. 아직 이 바이러스를 직접 예방하는 백신은 없다. 보건 전문가들 역시 아직까지 대규모 백신 접종은 필요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일부 천연두 백신이 원숭이두창 예방에 일정 부분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각국 보건당국은 백신 확보 잰걸음에 나섰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벌써 수십 개국이 덴마크 천연두 백신 생산업체 바바리안노르딕에 백신 구매를 요청하면서 회사 측이 생산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바바리안노르딕의 천연두 백신 진네오스는 원숭이두창 예방에도 85% 이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생물학전에 대비해 전략적으로 비축해 둔 이 백신을 고위험군에 사용할 것을 검토 중이다.

허경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