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엄청난 속도로 성장한 배달업계가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찾아온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맞아 쪼그라들고 있다. 수요가 줄어들었는데도 '단건배달'을 앞세운 배달비는 지난해에 비해 턱없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거리두기 조치 해제 이후 배달 주문은 눈에 띄게 줄었다. 이는 앱 이용자 수로도 확인되는데, 모바일인덱스가 집계한 지난달 18~24일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 총이용자는 5,047만5,131명으로 3월 같은 기간에 비해 11% 축소됐다. 요기요와 쿠팡이츠의 4월 월간 순이용자(MAU)는 3월 대비 각 90만 명, 62만 명 줄었고 그나마 MAU를 유지하던 업계 1위 배달의민족도 이달 들어서는 이용자가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앱 이용자가 줄어든 데는 계절적 비수기란 점과 함께 엔데믹 영향이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거리두기 제한이 해제되고 재택근무를 종료하는 회사가 늘었기 때문이다. BC카드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18~30일 배달 위주의 식당 매출은 거리두기 해제 이전(3월 1~20일)에 비해 12% 줄었으나, 오프라인 매장 위주 식당 매출은 27%나 증가했다.
올해 초부터 급격히 오른 배달비도 배달 수요 급감에 영향을 끼쳤다. 특히 단건배달 시장이 자리 잡으면서 소비자와 자영업자가 나눠 내야 할 금액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배달의민족의 단건배달 서비스 '배민1'의 배달비는 6,000원으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적정 배달비'(1,618원)보다 네 배 가까이 높다.
물가 인상기를 맞닥뜨린 소비자는 배달비에 부담을 느껴 시장을 떠나고, 업주는 이들을 붙잡기 위해 가게 부담을 늘려 수익이 줄어든다. 최근에는 치열한 경쟁에 수입이 줄면서 배달원 수마저 감소세다. 국내 바이크 커뮤니티에는 배달용 오토바이 판매글이 우후죽순 올라오고 있다. 요식업계 관계자는 "수요에 비해 배달원 공급이 모자란다며 배달비를 올렸지만, 정작 배달원이 남아돌 때는 단가를 맞춰주기 위해 배달비를 유지하려 한다"며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자영업자들"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심각했던 기간 매장 영업을 중단하고 배달 영업에 치중했던 식당들도 최근 들어서는 매장 판매 비중을 늘리고 있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는 "배달비와 수수료 부담 때문에 홀 영업 마진율이 훨씬 좋다"며 "최근엔 배달앱 주문을 줄이고 홀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배달앱업계는 여름이 시작돼 무더위와 장마 등이 이어지면 배달 수요가 다시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래 봄과 가을에는 배달 주문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며 "배달이 일상이 된 만큼 시장규모 자체가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