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법안 최소화 위해 고검 차원 합심"
"사건관계인 최후 보루로서 사회적 약자 보호에 만전"김후곤 서울고검장이 취임사를 통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고검장은 23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지난해 있었던 형사사법체계 변화에 국민들께서 적응하시기도 전에 입법 절차나 내용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평가되는 급박한 법률개정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형사소송법 등 개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국가형벌권의 엄정한 실현과 함께 범죄피해자 권리보호를 위해 우리 고검이 할 일은 무엇인지 고민해달라"고 했다.
김 고검장은 직원들에게 '고검을 사건관계인을 위한 마지막 서비스 기관'으로 생각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항고절차, 항소심의 공통점은 이미 공적 기관에서 1차 판단을 받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를 들어 고등검찰청에서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길 바란다는 것"이라며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고 성의를 기울여 배려하는 자세로 항고인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밝혔다.
김 고검장은 검찰이 반성할 것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알리고 평가를 받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고검의 업무 중에서 언론인에게 알릴 건 적극 알리고 설령 잘못된 것이라 할지라도 최선을 다해 업무처리했다면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고검장은 1996년 서울지검 북부지청 검사를 시작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과 대검찰청 대변인, 법무부 기조실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달 '검수완박' 정국에서는 검찰 내 반대 목소리를 앞장서서 대변하는 등 김 고검장은 후배들의 신망을 바탕으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후곤 서울고검장 취임사 전문
서울고등검찰청 직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정말 반갑습니다.
신록의 생생함이 더해가는 아름다운 계절 5월에 서울고검장으로 부임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난해 형사사법체계에 큰 변화를 겪었고, 그러한 변화에 국민들께서 적응하시기도 전에, 최근 한달 사이 입법 절차나 내용에 있어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평가되는 급박한 법률개정이 있었습니다.
법령 자체에 문제점이 있다면 이를 개선․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함과 동시에, 법 시행으로 인한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 구성원들이 지혜를 발휘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제가 여러분께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형사소송법 등 개정에 따른 부작용 최소화하고, 국가형벌권의 엄정한 실현과 함께 범죄피해자 권리보호를 위해 우리 고검이 할 일은 무엇인지 고민해 주시기 바랍니다.
절차와 내용에 있어 문제가 있는 법이라 할지라도, 법이 통과된 이상 우리는 그 법을 집행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검찰의 존재이유를 스스로 되돌아보고, 국가형벌권의 실현을 통한 국민보호와 적법절차를 통한 인권보호라는 형사사법의 대이념을 다시 한번 상기하면서,
변화된 상황에 대응하여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능동적으로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변화된 업무체계에 대한 대응은 대검․법무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선의 문제의식이 반영될 때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개정 형사사법체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개선할 점은 없는지 관심을 가지고 바람직한 개선방향을 고민하고, 대검․법무부가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는데 구체적인 목소리를 보태야 할 것입니다.
특히, 최근 형사소송법 등 개정으로 고발인의 이의신청이 어려워지는 등 범죄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높은 상황입니다.
고검에서도 일선청 업무감독, 항고사건의 처리 등에 있어 범죄 피해자의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법안 통과에 따른 실무상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해 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고검은 ‘사건관계인을 위한 마지막 서비스 기관’이라는 생각으로 업무를 수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항고절차, 항소심의 공통점은 이미 공적 기관에서 1차 판단을 받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를 들어 고등검찰청에서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이 분들은 이미 지검 등 수사기관이나 다른 기관의 처분에 대해 승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검의 역할을 기대하는 분들이기에, 더욱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고 성의를 기울여 배려하는 자세로 이 분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따뜻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사건관계인을 대하고 정성스럽게 업무를 처리하여 믿음을 준다면, 그러한 믿음 하나 하나가 검찰 전체에 대한 신뢰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여성․아동․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여야 할 것입니다.
고검은 고소․고발인들에게는 피해를 호소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고 할 것입니다.
특히,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지키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사안일수록 고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우리가 접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우리가 살피고 보호해야 할 이웃이라는 마음으로 그들의 간절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범죄피해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넷째, 항고․공판․송무․감찰 업무혁신을 위해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자세로 임해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검찰은 형사사법의 주재자, 국가 공익의 대표자, 피해자들의 대변인 등 다양한 역할이 요구되는 기관입니다.
특히, 사회가 고도로 발전하고 복잡해짐에 따라 검찰의 전통적인 역할인 수사와 공소유지 외에 ‘공익의 대표자’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줄 것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관행적 업무처리를 지양하고 업무수행 과정에서 국민 불편은 없는지, 더 발전할 수 있는 요인은 없는지 적극적으로 살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함으로써 ‘공익의 대표자’로서 역할과 위상을 강화하여야 할 것입니다.
서울고검 직원 여러분!
저는 어느 때보다 신록의 계절 5월을 좋아합니다. 눈을 돌려보면 푸른 하늘과 ‘가장 연한 것에서 짙은 것에 이르기까지’ 모든 초록이 우리 주위 산과 들에 펼쳐져 있습니다.
검찰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일들로 몸과 마음은 지치고 어려운 일들도 산적해 있지만, 때로는 눈을 들어 하늘을 보고 초록으로 뒤덮인 자연을 보며, 한 걸음 쉬어가며 긴 호흡으로 즐겁게 일해 나갑시다.
아름다운 청춘의 계절에 여러분과 소중한 인연을 맺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는 젊은 생각으로, 낮은 자세로 소통하면서 여러분들께서 자긍심을 가지고,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지휘자가 아닌 지원자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년 5월 23일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김 후 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