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과학방역을 표방하며 환기 시설 개선을 내세우고 있다. 요양병원 등 취약시설에서 발생할 집단감염을 예방할 수 있고, 환기 시설에 따라 자영업자들의 영업 제한을 차등적으로 적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실태조사 등의 절차를 밟으면 일러야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올가을 재유행 대비책이라고 하기엔 한발 늦는 셈이다.
22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방역당국은 8월까지 전국 요양병원·시설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 환기 시설 개선 작업에 필요한 사항을 점검키로 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 출범 뒤 방역당국은 요양병원·시설, 학교 등 실내 교육시설의 공기정화 추진 계획을 내놨다. 과학방역의 일환이다.
하지만 실제 환기시설 개선 작업은 내년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실태 조사를 해야 하고, 의료법 등이 규정한 환기 기준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고쳐야 한다. 환기와 공기 중 바이러스 전파 간 관계도 더 연구해야 한다.
거기다 올해엔 관련 예산이 없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올해는 실태조사와 연구용역이 진행되고 실제 관련 예산 반영은 내년을 목표로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환기시설 개선 공사는 내년에나 가능하단 얘기다. 당장 재유행을 대비해야 하는 입장에선 너무 늦은 얘기다.
실내 환기가 바이러스 전파를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얼마나, 어떻게 환기를 해야 하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지금 방역당국은 지난해 10월 마련한 환기 지침에 따르는데, 이 지침은 다중이용시설이 지속적으로 환기설비를 가동하면 감염 위험이 최대 3분의 1까지 줄어든다는 것 정도다.
하지만 세부적인 방식과 기준에 대해선 의견이 다양하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단순 환기보다 멸균·살균 기능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시설 특성에 따라 창문형이냐 천장형이냐 등 의견이 모두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19 대확산을 계기로 쏟아져나온 각국의 연구자료를 봐도 △공기청정기만 해도 충분하다 △성능보다 용량이 중요하다 △공기 흐름에 따른 위치가 중요하다는 등 다양하다. 질병청 관계자는 "시범 적용을 통해 과학적인 실제 근거를 찾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환기가 관심을 끄는 건 학교, 요양병원 등 집단감염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코로나19 대확산을 맞아 가장 피해가 컸던 자영업자 문제 해결의 실마리일 수도 있어서다.
일단 전문가들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금까지는 환기 상태는 무시한 채 일괄적인 기준으로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을 제한해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컸다"며 "명확한 환기 기준이 설정되고 이를 충족하는 시설이 있다면 만약 또다시 거리두기를 시행할 땐 차등을 둘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맹신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확진자와 같은 공간에 있었어도 누구는 감염되고 누구는 감염되지 않는 경우가 있듯, 환기 설비가 잘 됐다 해서 무조건 안심해도 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