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n번방 사건'의 주범으로 징역 42년이 확정돼 수감 중인 조주빈(27)의 블로그 글이 또다시 등장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세 번째인데 이번엔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한 노골적인 비난 등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법조계에선 2차 가해 방지 차원에서라도 법무부가 진상조사 등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9일 네이버 블로그에는 '또 들어가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에는 박지현 비대위원장을 향한 비난과 조롱이 가득 담겼다. 박 위원장이 2020년 '추적단 불꽃'으로 활동할 당시 유튜브에서 "n번방 가해자는 26만 명이 아니다"라고 밝힌 사실 등을 거론하며 "허위정보로 사회의 분노를 부추겼다"며 "박지현과 그 일당이 세운 진실된 공적이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해당 글을 누가 쓰고 올렸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n번방 사건을 파헤쳤던 박 위원장을 비난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주빈의 사주를 받은 제3자'로 추정된다. 해당 글에선 "(나와는) 관련이 없는 살인예비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며 언론을 비난하거나, "기자가 나에게 '검수완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서신을 보냈지만 수신을 불허당했다"며 교도 행정을 문제 삼기도 했다. 조주빈이 그간 주장해 왔던 "허위사실에 대응하는 건 2차 가해가 아니다"라는 입장도 담겼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다른 수용자의 징벌 의결서를 언급한 대목을 주목한다. 그는 "조주빈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다른 수용자에 관한 이야기를 올릴 이유가 없다"며 "글쓴이가 조씨 아버지가 아닌 제3자 또는 사칭범일 가능성이 있고, 제3자라면 조주빈과 알고 있는 n번방 사건 가해자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조주빈 추정 블로그 글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월 조주빈의 서신을 받은 부친이 블로그에 상고이유서 등을 올렸다가 적발됐다. 법무부는 당시 "수형자의 교화 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조주빈을 검열 대상자로 지정해 엄격히 관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보는 지난 3월 해당 블로그에 '조주빈 추정 인물이 제3자를 통해 억울한 부분을 항변하는 건 2차 가해가 아니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2차 가해? 천만의 말씀"… '박사방' 조주빈, 또 블로그 글 올렸나). 이번에 등장한 조주빈 추정 글은 3월에 보도한 블로그에 등장하는 또다른 게시물이다.
법조계에선 수형자 관리를 맡고 있는 법무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한다. 조씨에 대한 법무부의 서신 검열 조치에도 이번 글에는 박 위원장에 대한 비난뿐 아니라 개인 편지표와 징벌 의결서 등 교정당국 내부 사항까지 가감 없이 공개됐고, 글쓴이가 "네이버가 아닌 다른 플랫폼에 글을 쓰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서혜진 여성변호사회 변호사는 "조주빈이 맞다면 법무부의 관리·감독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장윤미 형사전문 변호사도 "조주빈이 제3자를 통해 글을 올린 거라면 대법원에서 형을 확정받고도 외부 플랫폼을 통해 항변을 이어나간다는 얘기인데, 피해자 배려와 반성이 전혀 없는 걸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조씨가 수감돼 있는 서울구치소와 함께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며 "기존 법제도를 따져보고 (수형자 관리를 위한) 개선책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