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인사를 좀 늦출 수는 없었나

입력
2022.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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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권이나 인선이 있을 때마다 등장하는 단어가 코드인사다. 통상 사용되는 코드인사는 대통령과 정치적인 이념과 정책성향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등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야당일 때 정권의 인선을 코드인사라고 비판하다가 여당이 되면 방어태세로 바뀌는 것은 이번 정권에서도 여야 모두 변함이 없다.

하지만 민주적 절차에 따라 집권한 세력이 자신과 정치적 철학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등용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것이 오히려 책임정치에 부합한다. 오히려 코드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불협화음을 우리는 지난 정권에서 충분히 경험했다. 어떤 정권이든 코드인사를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윤석열 정부도 각부 장관이나 비서관 인사에서 코드인사가 이루어졌다는 비판을 받는다. 역대 정권에서도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사례는 흔히 볼 수 있었다.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필수적인 절차이기는 하지만, 법적으로 인사청문회 보고서에 대통령은 구속되지 않는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적정성을 국민의 눈높이에 따라 '정치적으로 담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정치적 책임을 감수하고 인사를 강행할 수 있다.

이 점은 대통령실 인사에서도 동일하다. 특히 대통령비서실 비서관에 검찰 출신이 대거 포진되어 '검찰공화국'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대통령실의 경우는 장관보다 더 코드가 중요할 것이므로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코드가 잘 맞는 인사들이 검찰 출신이라는 점도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성비위와 간첩조작으로 징계전력이 있는 비서관 인사 강행이 소통을 위해 집무실 이전까지 강행한 대통령의 소통 방식인지 의문은 남는다. 시민들의 눈높이가 아니라 법적 잣대로 인사를 강행한다면 법적 책임은 없지만 정치적 책임은 감수해야 한다.

문제는 검찰인사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당시부터 항상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를 강조해왔는데, 민주적 절차에 의한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 방안의 핵심은 인사제도에 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당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검찰인사권 행사에 대해, '협의'가 없어 식물총장을 만들었다고 반발했었다. 그런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임명되자마자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다가 비정상적으로 불이익을 받은 인사들을 정상화시킨 것이라고 합리화할 수도 있겠지만, 형식적으로라도 최소한 검찰총장을 임명한 후 '협의'를 통해 인사를 했어야 했다.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모두 검찰 출신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검사가 아니며, 검찰을 그렇게 독립시키고 싶어 했던 대상인 정치권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정치권력의 핵심이 최고위급 검찰 인사를 검찰과 협의 없이 그것도 측근으로 분류될 만한 인사들로 전면배치 한 것은 향후 정치권력과 검찰이 한 몸이 될 것이란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한 장관은 취임식에서 "중립적이고 공정한 검찰", "사회적 강자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하는 공정한 시스템"을 강조했지만, 이번 인사를 통해 검사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정치권력의 측근으로 수뇌부가 채워진 검찰이 과연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정치권력을 수사할 것이라는 신뢰를 국민들로부터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폐지를 주장했던 것이 혹여라도 지휘권 없이도 암묵적 지휘가 가능하기 때문은 아니었기를 바란다.


이석배 단국대 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