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박3일 방한 일정의 첫 행선지로 20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선택하면서 한미 간 반도체 기술동맹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과 일본, 대만, 중국 등의 '반도체 전쟁'에서 '바이든 효과'를 업은 삼성전자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현직 대통령의 첫 방문이라는 창사 이래 최대 이벤트를 맞이한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 한종희 부회장과 노태문 사장 등 주요 임원이 총출동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삼성전자 방문은 한미 반도체 동맹 강화의 상징적 이벤트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미국은 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바이든의 삼성전자 방문은 자국 반도체 네트워크의 한 축을 담당할 기업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 수행단에는 미국의 대표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인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최고경영자(CEO)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양국 간 반도체 협력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업계 일각에선 향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삼성전자와 퀄컴, TSMC와 애플 구도로 재편될 것이란 예측도 내놓고 있다.
바이든의 방문에는 또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에 대한 감사 표시의 의미도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팹(제조공정) 착공을 앞두고 있다. 2024년 완공을 목표로 170억 달러(약 21조 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바이든이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은 확실히 챙긴다'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대미 투자의 촉진제로 삼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바이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파운드리와 차세대 반도체까지 제패하려면 미국과의 협조가 필수적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 짓는 P3 공장은 70만㎡ 규모의 세계 최대 단일 공장으로, 여기에는 극자외선(EUV) 기술을 활용한 3나노미터(㎚·나노) 초미세공정이 적용될 예정이다. 바이든의 방문이 사실상 3나노 공정과 파운드리 경쟁력에 대한 '세일즈 기회'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힘을 받게 될 경우, 국내 소재·부품·장비 등 반도체업계 전반의 연쇄 붐업 효과도 기대된다.
다만 바이든의 방문에 지나치게 도취되어서는 안 된다는 경계론도 나온다. 자칫 한국 반도체산업이 '미국 중심주의'로 인식될 경우 중국과의 관계에는 부정적 신호가 될 수 있어서다. 특히 바이든이 이번 아시아·태평양 순방을 통해 중국을 배제한 경제 공급망 구축에 나설 것이란 분석까지 있는 만큼, 다양한 경제적 역학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최근 중국 정부가 우리 정부를 향해 관계 및 공급망 단절 우려를 표한 만큼,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