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공약에 불붙는 경기북도 신설… 김은혜도 “원칙 찬성”

입력
2022.05.1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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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임기내 경기북부에 자치도 설치"
김은혜 "분도 동의, 교통 문제부터 해결"

경기지사 선거에 나선 유력 후보들이 경기도를 남북으로 나누는 분도(分道) 문제를 잇달아 선거의 화두로 꺼내고 있다.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경기북도를 신설하겠다"며 분도 이슈를 선점하자,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는 "경기 북부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겠다"며 개발 이슈로 맞받아쳤다.

김동연 후보는 15일 경기북부 현안 긴급 기자회견에서 ‘경기북도 특별자치도’ 설치를 공약했다. 특별자치도의 형태로 세종특별시 혹은 제주특별자치도 같은 분권모델을 제시했다.

현행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서울, 세종, 제주 등 3개 광역단체는 법률에 따라 지위, 조직 및 운영에 관한 특례가 적용된다. 제주의 경우 지방의회와 지방정부 구성을 다르게 할 수 있고, 자치경찰단을 따로 둔다. 세종의 경우는 중앙정부가 세종 지역 발전을 위해 특별한 행정·재정 지원을 할 수 있다. 경기북도 역시 제주·세종과 마찬가지로 이렇게 폭넓은 재량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김동연 후보는 “바로 선거캠프 내 특별위원회를 꾸리고 (당선되면) 공론화위원회를 둬 임기 내 특별자치도 설치를 마무리하겠다”며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았다. 김동연 후보는 “경기북부는 인구(약 400만명)가 전국 세 번째(경기남도, 서울 다음)로 많아 위상도 커졌고, 특별한 희생에 대한 보상차원으로 이제는 독자 발전의 길로 나아갈 때”라고 주장했다.

김동연 후보가 분도론을 꺼내들자, 같은 날 김은혜 후보는 "경기 북부에 반도체 대기업을 유치하겠다"며 맞불을 놓았다. 그는 세계적 디스플레이 클러스터로 자리잡은 파주시 LG디스플레이를 예로 들며 “산업기반이 취약한 경기 북부에 국내 반도체 대기업을 유치, 파주 같은 대규모 클러스터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은혜 후보도 속도와 방식만 다를 뿐 분도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분도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며 “부족한 교통 인프라 등 근본 문제부터 해결한 다음 그래도 분도밖에 없다고 하면 경청하고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2018년 경기지사 선거에서도 분도 문제는 경선·본선 과정의 중요 쟁점으로 제시됐으나, 2명의 유력 후보(이재명·남경필)가 유보에 가까운 입장을 표시한 탓에 동력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유력 후보들이 모두 분도에 원칙적으로 동의함에 따라 선거 이후 논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북도 설치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민철(의정부 을) 민주당 의원은 “북부 주민의 간절한 바람에 대해 경기지사 후보들이 전향적 자세로 돌아서고 있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