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인 김부겸 총리가 12일 0시를 기해 임기를 마치면서 당분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총리 직무를 대행한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마무리될 때까지 경제사령탑 역할뿐 아니라 각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하는 총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추 부총리는 이날 박진 외교부 장관·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총리대행으로서 임명 제청권을 행사했다. "국무위원은 국무총리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헌법 87조, "국무총리가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순으로 직무를 대행한다"는 정부조직법 22조에 따른 것이다. 한 후보자 인준을 둘러싼 여야 간 줄다리기가 장기화할 경우 남은 9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임명하는 과정에서 추 부총리는 추가로 임명 제청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이 총리대행의 각료 제청권을 문제 삼을 가능성도 있다. '국회 동의를 받지 않은 직무대행이 총리의 헌법상 권한까지 행사할 수 있느냐'를 두고 정치권, 법조계 해석이 분분한 탓이다. 전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총리 직무대행으로 장관 임명 제청권을 행사한 적이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당선 다음 날부터 임기에 돌입한 특수 상황이었고,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 거부가 있었던 게 아닌 만큼 상황이 다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처럼 임시 체제인 만큼 추 부총리의 총리대행 역할은 국무회의 주재 등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을 업무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관례상 경제부총리 집무실에서 전자결재나 화상을 통해 업무를 볼 가능성이 크다. 16일 예정된 새 정부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도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방안이 유력하다. 총리가 그간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도 행안부 장관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상황이 급변하면 총리대행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