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봉쇄 여파로 무려 ‘17년 연속 매출·영업이익 성장’ 신화를 써온 LG생활건강의 ‘차석용(부회장) 매직’이 위기를 맞고 있다.
12일 증권사들은 LG생활건강의 목표주가를 대거 하향 조정했다. 전날 발표된 LG생활건강의 1분기 매출(1조6,450억 원)이 전년 동기 대비 19.2%, 영업이익(1,756억 원)은 무려 52.6% 급감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목표주가를 115만 원에서 63만 원으로 45.2% 하향하고, 투자 의견도 매수에서 중립으로 변경했다. 하나금융투자(125만→90만 원) 등도 목표주가 하향에 동참했다. 삼성증권은 "코로나19 위기에서도 성장세가 멈추지 않았던 연간 영업이익이 올해는 18년 만에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진단했다.
LG생활건강의 실적 먹구름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럭셔리 화장품 사업이 중국 현지와 면세점 채널에서 크게 타격을 입은 탓이다. LG생활건강은 "1~2월 올림픽 준비를 위한 정치·사회·경제적 통제와 연초부터 시작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중국 실물경제는 근래 경험하지 못했던 최악의 상황이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LG생활건강의 1분기 화장품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나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73%가 폭락한 690억 원에 그쳤다. 이 과정에서 특히 중국에서 ‘화장품계의 루이비통’ 대접을 받던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후'가 큰 타격을 입었다. 후는 지난해 LG생활건강 화장품 매출의 66%를 차지한 대표 브랜드다.
지난해 말 면세점의 주요 소비자인 다이궁(보따리상)들이 후의 할인율을 높여달라고 요구했으나, LG생활건강이 이를 들어주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은 중국 현지 판매를 믿고 다이궁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는데, 이후 실제로 면세점에서 후의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은 중국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실적을 회복하기 위해 2020년부터 미국 화장품 유통 플랫폼과 회사 인수 및 지분을 확보하며 북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차석용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글로벌 명품 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해 최대 시장인 동시에 트렌드를 창출하는 북미에서 사업 확장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차석용 매직의 지속 여부는 북미 시장 성과에 달렸다"며 "1년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