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남성 80세, 여성 86세다. 그러나 2030년이 되면 남자 84세, 여자 90세로 상승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고로 등극할 전망이다.
내가 어린 시절만 하더라도 환갑에는 장수를 축하하는 동네잔치의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환갑 나이에도 힐을 신는 분이 있을 정도다. 이제 '환갑잔치'라는 말은 사전 속에나 존재하는 박제된 명칭일 뿐이다. 최근에는 환갑 언저리에 돌아가시면, '왜 그랬대?'라는 말이 먼저 나오곤 한다. 이제 환갑은 장수의 상징이 아닌 요절(?)로까지 인식되는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어느 날 갑자기 나라 전체가 초∼장수의 시대로 던져진 모양새다. 덕분에 모든 분이 몸을 챙기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한 집 걸러에 허준의 싸대기를 날리는 선무당 전문가가 포진해 있는 참으로 진기한 세상이 바로 오늘날이다.
어른들은 식후에 한 움큼의 건강식품을 드시곤 한다. 이때 '뭔 약을 밥만큼 드시냐?'고 하면, 돌아오는 말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스님, 이건 약이 아니라 식품입니다"이다. 순간 '식품이면 밥을 적게 드셔야지요?'라는 말이 머리를 스치지만, 교양인으로 차마 할 말은 아니다 싶어 묻어두고는 한다.
갑자기 도래한 유병장∼수 시대에 육체의 건강만 챙긴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까? 건강에는 정신건강도 있지 않은가! 현대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에 치매가 있는 것은 정신적인 장애가 육체의 결핍보다 더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점차 명상이 인기를 얻는 추세다. 사실 정신도 육체처럼, 적절한 운동과 적당한 에너지 공급이 필요하다. 즉 정신에 근육을 만들고, 마음에 행복을 설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요가 하면 우리는 보통 스트레칭 같은 육체적인 하타요가를 떠올린다. 그러나 인도에서 요가는 정신수행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힌두교의 육파철학에도 요가학파가 있고, 불교에도 유가(瑜伽) 즉 요가학파가 있는 것이다. 유가는 요가의 한자식 표현이다. 맥주를 가리키는 비어(beer)를 어른들이 삐루라고 한 것과 유사하다고나 할까?
인도에서 요가는 명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인간은 동물이기 때문에 앉아서 명상만 하다 보면, 육체가 무너지게 마련이다. 이때 안 쓰는 근육을 단시간에 푸는 동작이 발전하는데, 이 역시 요가에 포함되므로 요가라는 범주로 불리게 된다. 우리에게 전해진 아사나 즉 동작요가는 명상을 위한 요가의 말단인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무술로 유명한 중국의 소림사 역시 불교를 타고 전래한 요가 동작과 관련된다는 점이다. 무협지나 무협영화에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소림사의 최상승 무공인 '달마역근경'은 수행 도중 몸을 푸는 것으로 체조와 같은 성격이 강하다. 물론 요가의 동작상 빠른 변화보다는 한 동작을 일정 시간 유지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이런 단순한 동작들이 후대에 발전해서 무술이 된다는 것은 자못 신기하다. 마치 서양의 연금술사들이 화학을 발전시킨 것과 유사하다고나 할까?!
이제 한 세기를 사는 시대에, 노년의 행복을 위해서라고 명상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우리 속담에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것이 있다. 그러나 목마를 때 우물을 파면 탈수로 더 빨리 죽을 뿐이다. 그러므로 노년을 위해 자산을 분산투자하고 연금이나 보험을 드는 것처럼, 정신의 연금과 행복의 보험에도 투자해야만 한다. 이것은 누구를 위함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의 가장 절실한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