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상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봉쇄조치 강화와 일본발 경기 급랭 공포까지 확산하자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환율은 1,280원 선을 넘보며 연고점을 또 경신했고, 코스피는 심리적 지지선인 2,600선을 간신히 지키며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3원 오른 1,274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장 초반 1,276.6원까지 오르면서 지난 6일에 이어 2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경신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금융시장이 충격에 휩싸였던 2020년 3월 19일(1,285.7원) 이후 2년 2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미국발(發) 금리 인상 공포가 세계 외환시장을 지배하며 달러가 강세를 보였고, 그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재차 상승(원홧값 약세)했다. 이날 세계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장중 104포인트 선을 돌파하며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코스피는 1.27% 하락한 2,610.81에 거래를 마치며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로써 코스피는 2020년 11월 30일(2,591.34) 이후 1년 5개월 만에 최저치까지 내렸다. 원·달러 환율이 재차 상승폭을 확대하자 외국인이 이날 코스피에서만 약 2,300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코스닥은 2.64% 내린 860.84에 마감하며, 지난 2월 24일(848.21) 이후 약 석 달 만에 최저치를 새로 썼다.
특히 이날 일본 증시가 2.53% 급락하며 국내 주가 부진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 정부가 러시아 원유 수입을 중단한다고 밝히자 엔화 역시 달러당 131엔을 넘어서는 등 약세를 면치 못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에 일본 경기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양국 증시 낙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주요도시 봉쇄 강화 소식도 투자심리를 압박했다.
투자자들은 우리 시간으로 11일 오후 발표를 앞둔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외 악재의 중심에 서 있는 인플레이션이 고점을 통과할지 여부를 확인할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물가 피크아웃 여부가 중요 변수가 된 상황에서 11일 CPI 발표까지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