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62개 국립공원 중 오래된 10개를 '오리지널 내셔널파크'라 부르며 특별히 애착한다고 한다. 1910년 5월 11일 8번째로 지정된 몬태나주 북부의 '글레이셔(Glacier) 국립공원'도 그중 하나다. 약 4,100㎢ 공간에 175개 산과 762개 호수를 끼고 한반도 종단 길이와 거의 맞먹는 삼천리(약 1,200㎞) 트레일(탐방로)을 품은 공원. 사계절 어디나 그림 같은 풍광이 펼쳐져 있다지만, 가장 도드라진 볼거리는 이름이 말해주듯 거대한 빙하들이다.
2020년 9월, 글레이셔 국립공원 측은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빙하가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정 당시 100여 개가 넘던 거대한 얼음덩어리들이 녹아 사라지면서 빙하라 부를 수 있는 건 26개밖에 남지 않았고, 그나마도 1966~2015년의 50년 사이 평균 40%가 줄었다고, 기존 규모보다 80%나 작아진 것도 있다고 밝혔다.
글레이셔 국립공원 빙하도 소빙하기가 끝난 1860년대를 정점으로 조금씩 줄어들었다. 하지만 급격한 변화는 기후위기, 즉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 온난화로 비롯됐다. 기온이 오르면서 빈번해진 자연 산불도 빙하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기후학자들은 1980년대 이래 미국 서부지역 자연 산불의 빈도와 규모가 전보다 약 2배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계절에 따라 녹고 부풀며 빙하는 몬태나 지역에 전력과 식수, 농업용수를 제공해왔다. 공원에서 서식하는 동식물뿐 아니라 지역 주민의 삶의 기반 전체가 위기를 맞이한 셈이다.
공원 측은 트레일 다수 구간을 통제하며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나 도보 탐방을 유도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효과보다는 기후위기에 대한 호소의 일환이다. 공원 측은 지구 평균 기온상승 속도보다 글레이셔 파크 일대의 기온 변화가 두 배가량 빠르다고, 지금 추세라면 다음 세기의 공원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기 두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