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공공기관 비정규직 10만 명 정규직 됐지만…다수는 '자회사'

입력
2022.05.0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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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된 공공기관 비정규직 10만1,720명
가장 전환 많이 한 곳은 한국전력
직접 고용보단, 자회사 통한 간접고용 많은 건 허점

‘비정규직 제로’를 주요 노동정책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에서 10만 명이 넘는 공공기관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직접 고용보단, 자회사를 통한 간접고용 방식 위주여서 실질적인 처우개선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370개 공공기관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수는 10만1,720명으로 집계됐다.

기간제 비정규직 2만4,103명과 파견·용역 등 소속 외 인력 비정규직 7만7,617명이 비교적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게 된 것이다. 이는 일반정규직·무기계약직을 합한 정규직 인원(41만4,524명)의 24.5%에 달하는 수준이다.

정규직 전환실적을 연도별로 보면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9,786명에서 이듬해 3만6,643명으로 급증했다. 2019년에도 3만4,348명을 기록했다가 2020년 1만8,522명을 거쳐 지난해엔 2,421명까지 쪼그라들었다.

이 기간 정규직 전환 인원이 가장 많은 공공기관은 한국전력공사(8,259명)였다. 문 대통령이 취임 초기 직접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인천국제공항공사(7,894명)가 그다음을 차지했다. 이어 △한국도로공사(7,563명) △한국철도공사(6,230명) △한국공항공사(4,162명) △한국마사회(3,341명) △강원랜드(3,299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을 포함해 5년간 정규직 전환 실적이 1,000명 이상인 공공기관은 총 18곳이었다. 정규직 전환 실적이 전혀 없는 공공기관은 25곳(전체의 6.7%)에 불과했다.

다만 공공기관 본사가 직접 고용하기보단, 자회사를 설립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대다수였다. 실제 한국전력만 해도 5년간 8,259명의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됐으나 정규직 직원은 같은 기간 1,719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이 기간 정규직이 549명 증가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규모(7,894명)와 큰 차이를 보였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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