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이 낀 징검다리 연휴인 6~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1전시장 주변은 온통 하늘빛으로 물들었다. 임영웅의 첫 전국 순회 단독 공연장 풍경이다. 전국 각지에서 온 관객들은 임영웅 팬덤의 상징색인 하늘색 옷을 저마다 차려입고 이곳으로 몰렸다. 6일 공연장에서 만난 최모(69)씨는 이날 제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600여 ㎞를 날아왔다. 최씨는 "임영웅을 좋아하는 지인 10여 명과 공연장 인근에 숙소까지 잡았다"고 말했다.
8일 물고기뮤직에 따르면 하루 1회 공연 7,700명, 사흘 동안 2만3,000여 명이 공연장을 찾았다. 모두 만석이었다. 지난달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임영웅은 이달 고양시를 시작으로 전국 7개 도시를 돌며 공연한다. 그중 고양, 창원, 광주 세 도시의 티켓 예매가 먼저 시작됐고, 총 9회 공연의 표는 순식간에 동이 났다. 임영웅의 전국 순회 공연은 중년들에게 엔데믹(감영병의 풍토병화)의 이정표였다.
임영웅 공연은 어버이들의 동심 놀이터였다. 공연장엔 영화 '써니'(2011) 속 주인공을 연상케 하는 '8공주'도 등장했다. 40~60대로 이뤄진 중년 여성 8명은 경기 포천시 동남고 교복을 맞춰 입고 공연장을 찾았다. 영웅시대 팬카페 '영웅시대' 회원인 '예쁜 미소'(닉네임·68)씨는 "우리 모두 포천에서 살고, 영웅이가 동남고를 나와 그 학교 교복을 입고 왔다"며 "아들이 진짜로 동남고 3학년에 재학 중이라, 아들 교복을 빌려 입고 온 엄마도 있다"며 웃었다. 임영웅도 공연에서 어버이들의 추억을 소환했다. 임영웅은 대형 스크린에 '가자! 동심의 세계로'란 문구를 띄운 뒤 앙코르 무대에서 '은하철도 999' 등 동요 메들리를 관객과 함께 불렀다. 공연장엔 '영웅아 사랑해'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부터 '영웅아, 빌보드 가자'란 응원 문구까지 등장했다. K팝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10~20대 못지않은 '은빛 열정'이다.
인터넷에 친숙하지 않은 60, 70대는 공연 예매가 피 튀기는 전쟁을 방불케 한다고 해서 붙여진 '피케팅'에서 표를 구하기 위해 자식은 물론 며느리, 사위, 손주를 총동원했다. 남양주에서 온 정모(78)씨는 "조카딸이 표를 구해줬다.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 같다"며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고, 너무 행복하다"며 웃었다. 자식들에게 임영웅 공연 티켓은 이번 어버이날 '1등 효도 선물'로 통했다. 서대문구에서 온 박모(43)씨에게 임영웅은 '배다른 동생'이나 다름없다. 박씨는 "엄마가 임영웅을 너무 좋아해 '우리 막내'라고 부른다"며 "어버이날 선물로 엄마한테 드리려고, 남편을 비롯해 남동생 등 지인 8명에게 티켓 예매를 부탁해 간신히 구했고, 오늘 공연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엄마 집까지 모셔다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영웅의 복귀에 어버이들은 지갑도 활짝 열었다. 음반 소매상의 판매량을 집계하는 한터차트에 따르면 2일 발매된 임영웅 첫 정규 앨범 '아임 히어로'는 3일 기준 선주문 100만 장을 넘어섰다. 발매 첫 주 기준, 2000년대 이후 솔로 가수가 낸 음반 중 최대 규모다. K팝 아이돌이 아닌, 트로트 가수로는 매우 이례적인 성과다. 임영웅이 실물 음반 즉 CD를 발매하기는 2016년 데뷔 후 이번이 처음이라 소비자들의 소장욕을 더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임영웅의 앨범 유통사인 드림어스컴퍼니는 "예약 판매가 시작된 지난달 1일엔 팬들이 다수 몰려 일부 인터넷 판매 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유튜브에서의 반응도 뜨겁다. 임영웅의 새 앨범에 실린 신곡 '다시 만날 수 있을까'와 '우리들의 블루스'는 인기 뮤직비디오 톱10(4월 29일~5월 5일 기준)에서 각각 3위와 6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