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흥 진보·수지 보수… 용인시장 재선 여부 처인구 민심에 달려

입력
2022.05.05 20:00
19면
<격전지를 가다> ②경기 용인시 
민선 이후 매번 시장 교체…  진보·보수 번갈아
대선 땐 윤석열 앞서… 4년 전보다 3,078표 승리
민주당 백군기 "첫 재선 시장 기회를" 호소
의원 출신 국민의힘 이상일 "행정 확 바꿀 것"

“지방정부마저 내줄 순 없잖아요.”

지난 4일 오후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 중앙시장에서 만난 김영욱(56)씨는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패한 것을 보고 안타깝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잘못된 것은 맞지만 그래도 민주당을 찍어야 나라가 잘 돌아갈 것 같다”고 강조했다.

옆에 있던 동갑내기 친구 최명상씨는 김씨의 말에 “안 된다”고 끼어들었다. 그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를 보니 민주당은 없어져야 한다”며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정당”이라고 반박했다.

친한 친구라지만 정치 성향은 대조적이었다. 둘이 있을 때는 '정치' 이야기는 절대 안 한다던 이들은 기자의 질문에 숨겨둔 '정치 본색'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김씨는 “이 친구야 민주당이 돼야 해”라고 하자 최씨는 “촛불혁명으로 세운 정권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사람을 왜 뽑느냐”며 되받아쳤다. 서로 핀잔을 주며 잠시 언성을 높이던 이들은 이내 "허허" 웃으며 “술이나 한잔하러 가자”며 발걸음을 옮겼다.


재선 시장의 무덤...7차례 선거 때마다 승리 정당 달라

용인시는 주민 100만 명 중 토박이가 15% 정도에 불과하다. 서울과 인접하고 영·호남, 충청권에서 고루 인구가 유입되면서 급성장한 도시다. 정치성향이 한쪽으로 쏠릴 수 없는 이유다.

이러한 정치 성향은 용인시장 선거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1995년 민선 1기부터 2018년 7기 지방선거까지 진보와 보수 정당이 매번 번갈아 당선됐다. 27년간 재선 시장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2018년 선거에서도 재선에 도전한 당시 자유한국당 정찬민(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시장이 더불어민주당 백군기 후보에게 6만1,007표 차로 졌다. 6만 표 이상 차이가 났지만 용인에서는 ‘민주당 압승’으로 여기지 않았다. 당시 경기남부권역을 놓고 보면 자유한국당 후보가 유일하게 용인에서 40% 이상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첫 재선 시장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선 지방선거에서 6만 표 이상으로 앞선 역전됐지만 표차이가 3,078표에 불가하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다시 시정을 되찾아올 수 있다며 자신하고 있다.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따돌리고 역전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4년 전 시장 선거 때 6만 표나 뒤졌던 것과 민심 변화가 일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진보의 기흥, 보수의 수지, 캐스팅보트 처인...3구 3색


특정 정당에 몰표를 주지 않는 용인의 지역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좀더 들여다보면 3개 구마다 정치 성향이 뚜렷하게 나뉜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민심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간극이 커졌다.

용인의 강남·분당으로 불리는 수지구는 보수성향이 강하다. 서울 등에서 퇴직한 60대 이상이 많이 사는 곳이다. 통상 아파트가 늘면 젊은 층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큰 평수와 고가의 아파트가 많아 부촌으로 불린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13만8,995표(51.83%)를 얻어 11만3,161표(45.47%)를 얻은 이재명 후보를 앞섰다.

수지구청 인근에서 만난 박재현(66)씨는 “부동산을 이렇게 망가뜨리고 세금은 세금대로 걷어가는 현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대선에서 국민의힘을 찍었다”며 “자기들은 강남에 똘똘한 한 채 갖고 있으면서 지방에 집 두 채 있는 사람들을 죽이는 게 무슨 정책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대로 기흥구는 서울과 가장 인접해 있고, 직장인들이 많아 진보에 가깝다. 다만 분구가 예상되는 기흥(보라·흥덕·동백·공세지구)과 구성(마북·보정동) 지역으로 분리하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구성지역은 수지와 마찬가지로 부촌이라 보수성향이 강하지만 기흥지역은 서울과 가깝고 베드타운 성격이 강해 젊은 층이 상대적으로 많아 진보 색채가 강하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49.86%로 47.19%의 윤석열 후보를 앞섰다.

흥덕지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최민지(34)씨는 “아무래도 국민의힘은 기득권층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변화보다는 현재에 안주하는 모습이 많다”며 “먹고사는 문제에 민감한 직장인들이기에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펴는 민주당에 마음이 끌리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처인구는 ‘구도심=보수’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그때그때 다르다지만 늘 여당에 힘을 실어주는 경향이 짙다는 게 지역 정치인들의 평가다. 지난 대선에도 이재명 후보가 8만188표(49.80%)를 얻었지만 윤석열 후보는 7만5,105표(46.64%)를 얻는 데 그쳤다.


재선 백군기 “경험이 실력” vs 탈환 이상일 “용인 대개조할 것”

일부 시민들은 벌써부터 "투표하지 않겠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동안 뽑은 시장들 대부분 비리로 끝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재선 도전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백군기 후보는 취약지역으로 꼽히는 수지구에 공을 들이고 있다. 후보로 확정된 직후인 지난 3일 수지구를 가장 먼저 방문해 민원 수렴에 나섰다. 백 후보는 △용인시 개발이익금 1조5,000억 원(1년치)을 시민기금으로 적립해 시민 제안 사업에 투자 △분당선·서울전철3호선 연장 등 철도 신설 및 연결을 통한 용인외곽순환도로 건설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백 후보는 한국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시장 재임 4년간 역대 용인시장 최초로 전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주관한 '2022 민선 7기 전국 기초단체장 공약이행 및 정보공개평가’에서 2년 연속 A등급을 받았다”며 “시정 경험을 발휘해 용인시의 산적한 난제를 풀어내는 재선 시장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지난달 23일 용인시장 후보로 확정된 국민의힘 이상일 후보는 국회의원 경험을 살려 용인 행정을 확 바꾸겠다는 입장이다. 첫 행선지로 진보성향이 강한 기흥구 신갈동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지하철 3호선 연장(수지~광교) 및 대안 노선인 수지~기흥~시청~양지~원삼 연장 검토△종합운동장 공원 계획 전면 백지화 및 복합개발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후보는 한국일보와 서면인터뷰를 통해 “지방선거에서 꼭 승리해 용인특례시가 최고의 특례시가 되도록 하겠다”며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행정을 펼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임명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