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용이었나" GTX 검토 비판에…尹정부 부랴부랴 "추진할 것"

입력
2022.05.0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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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노선 공약 구체화 없이 '검토'에 그쳐
김동연 "막 하자는 거지요" 꼬집어
공약 후퇴 논란에 국토부 "6월 연구 착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었던 GTX 노선 추가 신설 방안이 국정과제에서 ‘검토' 수준으로 후퇴하자, 추가 신설을 기대했던 수도권 시민들의 실망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현실성이 떨어지는 '선거용 공약'이었다는 비판과 함께 새 정부의 잇딴 공약 뒤집기 논란으로도 확산되자, 새 정부 측은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 할 것"이라고 뒤늦게 해명했다.

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따르면, 인수위는 ‘빠르고 편리한 교통 혁신’을 110대 국정과제에 담았다. 수도권 30분 출퇴근 시대를 위한 방안으로는 △GTX A·B·C 및 서부권광역급행철도(일명 D노선) 차질 없이 추진 △신규 노선 확대 방안 검토 △철도 미운행 지역 간선급행버스(BRT)·광역버스 노선 확대를 포함시켰다.

논란이 되는 문구는 '신규 노선 확대 방안 검토'다. 당초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A, C 2개 노선 연장과 D노선의 서울 통과를 약속했다. 또 수도권 북부를 동서로 연결하는 GTX E 노선과 수도권을 순환하는 GTX F 노선 신설을 약속했었다. 하지만 국정과제에는 기존 노선 연장은 언급되지 않았고, 신규 노선도 ‘검토’ 수준에 그쳤다.

결국 GTX는 수도권 표심을 노린 공약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는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GTX E, F 공약도 윤석열 인수위 국정과제에서 빠졌다”며 “노무현 대통령님 말씀이 생각난다. ‘이쯤 되면 막 하자는 거지요’”라고 꼬집었다.

애초 GTX 노선 신설은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전문가들은 “대선후보들이 ‘노선 퍼주기’ 경쟁을 할 게 아니라 기존 노선부터 서둘러 현실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현재 GTX는 A노선만 착공 중이며 B, C, D노선은 아직 삽도 못 떴다. A노선도 계획부터 착공까지 7, 8년이나 걸렸다.

이 때문에 새 정부 임기 내 신규 노선 계획이라도 수립하면 성공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존 노선 사업 속도를 볼 때 E, F노선 검토에만 5년 넘게 걸릴 것”이라고 봤다. 다른 관계자도 “사업 검토는 할 수 있겠지만 5년 안에 계획을 담기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인수위 내부에 교통 전문가가 없어 추진 동력 자체가 약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를 담당하는 경제 2분과에는 인수위원 4명을 포함해 총 21명의 전문가가 포진됐지만 교통 분야 전문가는 1명도 없었다. 또 당장 급한 집값 안정과 1기 신도시 재건축 활성화 등을 위한 부동산 정책 마련에 몰두하느라 교통 정책이 뒷전으로 밀린 측면도 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교통 전문가가 없는 상태에서는 GTX 공약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GTX 공약 후퇴 논란이 일자 새 정부 입장을 반영해 국토부는 “신설 노선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수습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음 달부터 추가 노선에 필요한 수요와 사업성 분석을 위한 관련 기획 연구를 추진하고, 결과를 토대로 국가철도망계획 반영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