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3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저와 제 가족에 대해 제기된 논란들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면서도 "국민의 눈높이가 도덕적 잣대라면 저는 도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 "국민들의 마음이 불편한 것은 도덕적 문제와 다르다"며 자신과 관련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자진 사퇴'를 언급하며 압박에 나섰으나, 지금까지 제기돼 온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 및 아들 병역 4급 판정 과정에서 '아빠 찬스'가 작용했다는 의혹 등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 정 후보자 역시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을 인용하며, 자녀가 자신이 병원장으로 근무하는 대학의 의대에 편입한 것이 의심을 받을 만한 부분이 있다는 점은 시인했다. 하지만 "지금 국민들의 눈높이는 잘못된 사실에 기인한 것이고, 이를 해명하기 위해 이 자리까지 나왔다"며 끝까지 결백함을 주장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시작부터 자료 제출과 관련한 공방이 이어졌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경북대 의대 학사 편입학 학생 중 불합격자의 출신학교 자료를 내라고 요청했으나 학교 측에서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으며, 최혜영 민주당 의원은 정 후보자의 아들이 공익근무하면서 병가를 사용한 근거 자료를 요청했으나 개인정보 동의가 이뤄지지 않아 제공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총 868건의 자료 요구 중 782건을 제출해 90% 이상을 제출했으며, 43건은 빠른 시일 내에 낼 예정"이라며 "경북대에서 제출해야 할 자료는 내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고, 아들 병가의 경우도 성인이 된 아들의 사생활 문제라 이래라 저래라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자녀가 굳이 경북대 의대에 편입한 사실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 후보자는 "성인인 자녀들의 선택에 대해 아버지가 간섭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며 "또 아버지가 근무하는 학교에 자녀들이 입학하지 못한다는 사회적 규범에 대한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문제가 불거져) 저도 고민스럽다"고 답했다.
정 후보자의 불성실한 답변 태도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비교하는 질문에는 "내가 왜 다른 분과 비교돼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했고, 의사 출신인 신현영 민주당 의원이 조 전 장관의 딸인 조민씨의 부산대 의전원 입학취소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저와 관계 없는 부분이고, 장관 업무와도 무관하므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답변했다.
장관이 되면 의대 편입학 공정성 제고를 위해 국립대 의대 교수 자녀의 의대 편입학 전수조사를 할 생각이 있냐는 신 의원의 질문에는 "교육부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에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신현영 의원이 같은 의사 출신이라, 후배라서 당당해지나"라며 "공손한 태도로 답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7시쯤엔 민주당 의원들이 일제히 퇴장하며 인사청문회가 파행을 겪기도 했다.
고민정 의원은 정 후보자 아들의 2017년도 편입학 원서의 자기기술서 자료를 제출받아 확인한 결과 2018년에 달라진 내용이 없음에도 40점 가까이 점수가 높아졌고, 딸의 구술면접에서 만점을 준 교수가 다른 학생도 만점을 준 동일인이 아님에도 정 후보자가 동일인이라고 허위로 답변한 부분을 문제삼았다.
정 후보자가 딸의 면접 심사 특혜 의혹에 대해 "딸과 같은 고사실에서 구술평가 시험을 치른 수험생 중 여러 명의 만점자가 나왔다"고 처음에 해명한 내용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명났다. 고 의원이 "후보자 해명과 달리 나머지 만점자들은 다른 고사실에서 나왔다"며 "다른 만점자들을 평가한 심사위원은 정 후보자 딸을 평가한 위원과 동일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지만 정 후보자는 "그 방(고사실)에서 나온 게 맞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증인으로 나온 박태인 경북대 의대 부학장의 질의 과정에서 '동일인'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진 뒤에야 정 후보자는 “(딸을 평가한 위원과) 동일인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정정했다. 이에 고 의원은 "청문준비단이 허위 사실을 유포한 걸 알면서도 바로잡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이어 김성주 의원이 "수사기관이 밝힐 문제다. 더는 청문회 진행하는 게 의미 없다"고 말한 뒤 민주당 의원 전원이 퇴장했다.
한편 이날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던 박종태 경북대 교수는 연락이 두절돼 민주당 측에서 동행명령장을 요청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정 후보자 아들을 학부생 시절 논문 공저자로 참여시킨 지도교수다. 강선우 의원은 "국회 사무처 직원이 대구까지 내려가 출석 요구서를 전달하려 했지만 실패했다"며 "핵심 증인이 증발했다"고 지적했다.
또 정 후보자 아들의 병역 관련 MRI 자료는 전문가 판독을 위해 국회에 제출됐으며,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자료 검토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이 자료를 확보하려해 여야 의원들간 몸싸움까지 벌어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