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도덕성 의혹'에서부터 난타전으로 시작됐다. 세계적인 '반도체 석학'으로 평가된 이 후보자는 이번 '청문회 정국' 기간 동안, 직접적인 여야 갈등 국면에선 비켜날 것으로 점쳐졌지만 각종 도덕성 논란에 치열한 공방까지 이어졌다.
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진행된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증여세 탈루 의혹 △가족동반 학술회의 참석 논란 △특허 소유권 및 이익 배분 문제 △반도체 기업투자 이해충돌 논란 등이 도마에 올랐다.
증여세 탈루 의혹의 경우, 이 후보자가 지난 2012년 부인에게 아파트 구매 지분 및 예금 등 총 11억4,000만 원을 증여하고도 장관 지명 당시까지 증여세 납부를 미루면서 불거졌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우자에게 증여한 아파트 지분도 배우자 40%, 후보자 60%로 설정했다"며 "아파트 가격이 13억6,000만 원이기 때문에 세액공제한도 6억 원을 넘기지 않으려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세무지식이 없어 (문제 소지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이 후보자 재산형성 요소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특허권'도 문제가 됐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01년 국가연구개발로 진행된 '벌크 핀펫' 기술의 국외 특허권을 확보한 이후, 개인 자격으로 미국에 특허를 출원해 인텔과 100억 원대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벌크 핀펫 기술은 현재 세계 주요 기업들이 널리 사용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표준이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국가연구개발 사업이 공공성을 상실하고 개인의 이익만 축적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당시 국가규정과 절차를 지켰다고 생각한다"면서 "수익은 제게도 있지만, (공동으로 연구한)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자가 코스닥 시장 기술특례상장을 준비 중인 반도체·통신기업 GCT 세미컨덕터의 전환사채 12억 원을 보유한 것에 대해선 "장관이 되어도 날아갈 사안"이라며 격앙된 평가가 나왔다.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사청문회 4일 전인 지난달 29일 해당 기업이 코스닥 시장 상장 예비심사 신청을 했다"며 '이해충돌'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면 불찰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전환사채에 대한 주식 전환 옵션을 포기해 채권만 보유하고 있어, 이해충돌 소지는 없다"고 해명했다. '아빠찬스' 비판을 받은 자녀 동반 해외 학술세미나 참석 문제에 대해선 "유념하겠다"며 몸을 낮췄다.
이 후보자는 이날 과학기술 정책과 관련해선 '초격차 기술' 확보와 '기초 연구' 확대를 제1 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민간의 연구역량을 강화하고 민관협력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기술 패권 시대에 국가 생존에 필수적인 반도체와 인공지능, 우주, 바이오 등의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전략적 투자를 강화하겠다"며 "기초연구에 대해서는 최대한의 자율과 창의를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개방형 연구개발 활성화를 통한 민간 연구성과 상용화를 강조했다.
다만, 동영상실시간재생서비스(OTT)업계의 최대 화두인 글로벌 콘텐츠공급사(CP)의 '망 사용료 납부' 문제에 대해선 "나름대로 공부를 했지만 상황을 지켜볼 부분이 있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국내에선 글로벌 OTT기업인 넷플릭스와 인터넷사업자(ISP)인 SK브로드밴드가 망 사용료 납부 문제로 법정 소송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선 이 후보자가 향후 장관에 취임할 경우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 개선 문제와 주파수 갈등 해결, 글로벌 기업의 망 사용료 문제 등에 제시할 해법에 주목하고 있다. 또 과기정통부와 교육부 통합 등 부처 개편 가능성이 점쳐진 만큼, 관련된 논의에 대한 입장에도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