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비·배달료 올리고 소득 빼돌려...서민 울리는 탈세자 89명 세무조사

입력
2022.05.03 15:30
시장 교란·불법 사익편취 세무조사 착수
코로나19 호황에도 소득 누락 등 편법 잇따라
사주는 슈퍼카·명품 구입 등 호화생활

드라마 간접광고(PPL)로 유명해진 A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로열티를 75% 인상하겠다고 가맹점에 일방 통보한 뒤 이 중 일부를 차명계좌로 받았다. 매출 신고를 누락해 세금을 적게 내려는 목적이었다. A프랜차이즈 사주는 법인 명의로 등록한 6억 원 이상의 초고가 외제차 6대를 끌며 호화생활을 즐겼다.

B의료용품 제조업체는 코로나19로 매출이 100배 가까이 증가하자, 유령 법인을 만든 다음 거짓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이익 규모를 줄였다. 급증한 소득을 감춰 세금을 탈루하기 위해서였다. 사주 부부는 경영 성과에 특별한 기여가 없음에도 수백억 원(코로나19 이전의 200배)의 급여를 받았다. 이들은 있지도 않은 특허권에 대해 법인이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처럼 꾸며 회사 돈도 유출했다. 그렇게 받은 돈으론 수억 원의 명품과 슈퍼카를 샀다.

국세청은 서민경제를 위협하는 민생침해 탈세자 89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3일 밝혔다.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면서도 시장 교란 행위를 일삼으며 세금을 빼돌린 이들이 대상이다.

세무조사 착수 대상 중 47명은 시장지배력을 활용해 가격담합을 하고 과도한 가격인상으로 폭리를 취한 탈세자였다. 배달료를 올린 C배달대행업체는 음식점에서 현금으로 받은 배달료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고, 배달료를 카드로 결제하면 지급대행사를 통하는 방식으로 수입을 숨겼다. D건설자재업체는 동종업계 관계자와 비밀 대화방을 만든 뒤 납품 가격과 공급 물량을 담합했다. 기존 거래에 사주 자녀 회사를 끼워 넣어 부당하게 이익을 나눴다.

나머지 42명은 서민을 대상으로 한 불법행위로 사익을 편취한 경우였다. 대부업자 E는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신용카드로 세금을 대납한 뒤 고금리의 선이자를 떼는, 이른바 ‘카드깡’ 대출로 큰 수익을 거뒀다. 하지만 선이자에 대해선 제대로 신고를 하지 않아 세금을 탈루했다. F성형외과병원은 실손보험 가입자를 상대로 실손보험 청구가 안 되는 수백만 원 상당의 미용수술을 한 후 이를 치료 목적의 수술로 변칙 처리했다. 이런 방식으로 약 200억 원에 달하는 과세수입(미용수술)을 면세수입(치료수술)으로 신고해 부가가치세 수십억 원을 탈루한 혐의다.

국세청은 이들이 고의적으로 세금포탈에 나선 혐의가 확인되면 무관용 원칙에 따라 고발 조치 등 엄정하게 처리할 방침이다.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은 “공정과 상식에 반하는 민생 침해 탈세 행위는 일회성 조사에 그치지 않고 현장정보 수집활동과 유관기관 협력 관계를 강화해 지속 대응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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