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도 유대인" 러 외무 망언, 이스라엘 강력 반발 불렀다

입력
2022.05.02 23:37
러 외무, 인터뷰 "젤렌스키도 유대인인데..." 질문에 
이스라엘 외무부, 러시아 대사 초치...강력 경고
이스라엘, 중동 문제로 우크라  지지 자제해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아돌프 히틀러도 유대인 혈통”이라고 발언해 이스라엘이 거세게 항의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민영방송 ‘레테4’ 대담 프로그램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대인 출신인데 어떻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목적을 ‘탈나치화’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히틀러도 유대인 혈통”이라며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답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으로 ‘탈나치화’를 강조해왔다. 2차 대전 당시 독일군 편에 섰던 우크라이나 세력을 ‘나치주의자’라고 보고 이들로부터 우크라이나를 해방시키겠다고 주장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그러면서 “많은 유대인들조차 가장 큰 반(反) 유대 세력이 유대인이었다고 증언해온 것을 우리는 오랫동안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에 이스라엘은 즉각 항의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2일 라브로프 장관 발언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며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를 초치했다. 야이드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날 별도의 성명을 통해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은 용납할 수 없는 터무니없는 발언이자 끔찍한 역사적 오류”라고 직격했다. 이어 “유대인은 홀로코스트에서 스스로를 죽이지 않았다”며 “유대인을 겨냥한 가장 저급한 인종차별은 유대인을 반유대주의자라고 비난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우크라이나인은 나치가 아니다”며 “오직 나치만이 나치였을 뿐”이라고 러시아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도 “그러한 거짓말은 유대인을 겨냥해 저질러진 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유대인에게 돌리려는 의도가 있다”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홀로코스트를 들먹이지 말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러시아 측은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이나 이스라엘 측 반발과 관련해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미국의 중동 혈맹인 이스라엘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를 표시해왔지만 시리아 등 중동 문제의 주요 개입자인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는 비판은 자제해왔다.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에도 한발 물러나 있었다.

강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