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편의 제공, 이유 몰라"… '방용훈 부실수사' 경찰관 유죄 뒷말

입력
2022.05.0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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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신문조서에 동료 경찰 도장 허위 날인
"공문서 공신력 훼손 범죄 엄한 처벌 필요"
방용훈 조사 당시 편의 제공 이유 '오리무중'
법원 "동기 모르겠지만 경찰관으로서 부적절"

"피고인은 고(故) 방용훈 전 코리아나호텔 사장을 조사하면서 각종 편의를 제공했다. 그 동기가 무엇인지 알기 어려우나 경찰공무원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행위였음은 분명하다."

방용훈 전 사장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위조하고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관이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조사 당시 각종 편의를 제공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채희인 판사는 지난 3일 공문서위조와 위조공문서행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A(57) 경위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6년 사법경찰관리를 참여하도록 한 형사소송법을 무시하고, 처형 집에 침입해 난동을 부린 혐의(주거침입 및 재물손괴)로 고소당한 방 전 사장의 피의자 신문을 혼자 진행한 뒤 조서 참여인란에 다른 수사관 도장을 임의로 날인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방 전 사장을 서울서부지검에 불기소의견으로 송치하면서 허위로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를 첨부한 혐의도 받았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동료 경찰관 도장을 임의로 날인한 적이 없다. 참여자를 허위로 기재하는 건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법원 "공문서 공신력 훼손"... 편의 제공 이유는 오리무중

채 판사는 A씨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A씨가 동료 경찰관 승낙 없이 도장을 찍은 게 맞고 △경찰관이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할 때 '참여자를 허위로 기재한다'는 관행이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는 취지였다. 채 판사는 "설령 그런 불법 관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A씨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며 "공문서에 대한 공신력을 훼손하는 범죄는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A씨가 방 전 사장 조사 당시 편의를 제공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고소인 측은 앞서 ①A씨가 방 전 사장을 조사한 장소가 확인되지 않고 ②A씨가 CCTV를 들여다보지 않고 방 전 사장을 불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점을 토대로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A씨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는 법원의 공소장 변경 권고 때문에 가능했다. 검찰은 당초 A씨에게 허위공문서작성과 허위작성공문서행사 혐의만 적용해 벌금 500만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그러나 지난해 12월 공문서위조죄 적용을 검토하라는 법원 권고를 받아들여 공소장을 변경했다. 허위공문서작성죄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되지만, 공문서위조죄는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 가능하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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