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구교환이 지난해 이후 뜨거운 열풍을 일으키면서 이른바 '연예인의 연예인'으로 거듭났다. 넷플릭스 'D.P.'와 영화 '반도' '모가디슈'로 흥행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구교환이 생각하는 본인의 매력은 무엇일까.
지난 2일 구교환은 본지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티빙 '괴이'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괴이'는 저주받은 불상이 나타난 마을에서 마음속 지옥을 보게 된 사람들과, 그 마을의 괴이한 사건을 쫓는 초자연 스릴러다. 미스터리한 귀불이 깨어나 재앙에 휘말린 사람들의 혼돈과 공포, 기이한 저주의 실체를 추적하는 과정이 긴박하게 펼쳐진다.
'지옥' '방법' '부산행' 등을 통해 한계 없는 상상력을 보여준 연상호 작가와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 '나 홀로 그대' 등의 류용재 작가가 공동 집필을 맡았다. 여기에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로 아시아티카 영화제 최우수 극영화상 등을 수상한 장건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완성도를 담보했다.
극중 구교환은 초자연 현상을 연구하는 고고학자 정기훈으로 분해 기이한 힘과 사투를 벌인다. 정기훈은 진양군에서 발견된 귀불을 조사하다 믿지 못할 현상과 마주하는 인물이다.
먼저 구교환은 작품을 임하기 전 마음가짐에 대해 "함께 하는 동료들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괴이'는 팀플레이가 중요한 작품이다. 두 캐릭터가 한 감정을 공유한다는 것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신현빈씨는 실제로 너무 멋진 배우였다. 다만 곽동연씨는 길게 만나지 못했지만 배려심 많고 따뜻한 사람이다. 나중에 길게 만나자는 약속도 했다"라 전했다.
'괴이' 만의 강점을 묻자 "이어달리기하듯 배턴을 주고받는 팀플레이가 가장 큰 매력이다.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포인트처럼 기대했다. 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 즐거운 설렘이었다"고 답했다.
'D.P.'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큰 사랑을 받았던 구교환은 '괴이'로 티빙과 첫 작업을 하게 됐다. 이를 두고 구교환은 "모든 것이 다 플랫폼이고 극장이다. OTT는 영화의 다른 모양이라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다"라며 소망을 내비쳤다.
아울러 보이지 않는 것들을 상상하는 연기에 대해 "가이드가 있었다. 크게 어렵지 않았다. 특수효과 팀의 덕을 많이 본 작품"이라면서 짤막하게 소감을 남겼다. 아이를 잃은 아버지 연기에 대해 "만약에 나라면 이라는 상상으로 다가갔다. 현장에선 모두가 저를 정기훈 박사로 대해주셨다. 감독님께서는 저를 계속 정기훈 박사라 불렀다. 작가님도 제게 큰 부담을 주지 않으셨다. 배우로서는 기분 좋은 신뢰를 받았다"라 설명했다.
배우 스스로는 정기훈의 서사를 만들면서 인물과 가깝게 지내려 했단다. 캐릭터를 입기보다 인물과 가깝게 지내는 '소울메이트'로 접근했다. 대본에 나와 있는 사건과 행동을 토대로 전사를 빌드업했다는 설명이다.
'괴이'가 국내 알려진 불교 중에서도 마이너리티에 속하는 밀교의 설정을 다룬 만큼 어려움이 예상됐다. 이를 두고 구교환은 "관련 문헌 같은 자료도 도움이 됐지만 너무 깊이 들어간다면 시청자에게 가르치려는 태도가 된다. 그저 시나리오에 충실했다.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어떤 설정을 다뤘다 해서 지식을 과시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고 자신의 연기관을 밝혔다.
그가 이번 작품으로 배운 건 무엇일까. 이에 구교환은 "좋은 사람들과의 작업은 언제나 즐겁다. 기대했던 사람들 그대로였다. 좋은 건 좋은 것이라는 걸 다시 느꼈다"라 웃음을 보였다. 다만 구교환은 만족에 대해선 좀처럼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 이는 오랫동안 지켜온 연기자의 신념이다. 점수를 매긴다면 연기가 일처럼 느껴지리라는 우려 때문이다.
다작으로 인해 이미지가 소진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없냐는 질문에 "마모된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연기를 멈췄을 것 같다. 의도를 하고 연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대중보다 제가 더 중요하다. 제가 즐거워야 관객도 즐겁다"라 말했다.
그런가 하면 구교환은 데뷔 이래 주성치부터 빌머레이까지 다양한 롤모델을 언급했던 터다. 이날의 롤모델을 묻자 구교환은 "대한민국의 모든 아버지가 롤모델"이라 답했다.
구교환이 연인 이옥섭 감독과 함께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이에 구교환은 "유튜브 운영이 많이 어렵다. 충분히 많은 구독자가 있지만 크게 늘지 않았다. 제 인기를 체감하기 보다 촬영 현장에 갔을 때 많이 알려진 작품이나 독립영화를 잘 봤다고 해주는 동료, 제작진 코멘트를 들을 때 기분이 좋다"라 말했다.
워낙 특색 있는 연기 덕분에 배우들 역시 구교환에 대한 러브콜을 서슴없이 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구교환은 "많은 배우들의 러브콜이 신기하다. 그분들을 제가 먼저 좋아했다. 그들이 나를 안다고 하지만 내가 10년은 더 알았을 것이다. 연예인의 연예인은 연예인 당사자"라면서 소탈하게 웃었다.
대표적으로 이제훈은 공개적으로 시상식에서 구교환과 호흡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인터뷰 도중 이제훈을 언급한 구교환은 "'탈주'로 이제훈과 알콩달콩 촬영 중이다. 저는 제 매력을 알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분은 너무 좋다. 그건 확실하다. 진심으로 기뻐하는 제 진심이 매력이지 않을까"라고 겸손한 면모를 드러냈다.
구교환이 긴 시간 연기를 이어오는 이유는 단 하나, 오직 '재미'다. 지금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전혀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구교환은 "제가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힘들다면 바로 멈춰버린다. 재미가 떨어진다면 다른 일을 찾아갔을 것이다. 대중에게 제가 만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 욕구가 크다"라면서 원동력을 밝혔다.
스스로에게 솔직하려 노력한다는 그의 진정성이 인터뷰 내내 이어졌다. 구교환은 "제게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 한다. 연기를 계속 하면서 달라진 점은 없다. 계속 무언가를 찍고 찍히고 있었다. 다만 지금은 더 많이 응원받고 기대를 받고 있기에 기분이 좋다"라 말했다.
"제 강점은 의도하지 않는 것이에요. 잘한다고 과시하거나 함몰되지 않으려 해요. 강점이라는 개념을 생각하지 않죠. 제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사랑한다고 얘기하는 것보다 촌스러운 게 없거든요. 작품에도 의미를 두진 않습니다. 'D.P.'와 '모가디슈'도 제가 만나온 사람들이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