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의 민간 개발을 공식화하기 이전인 2017~2018년, 지역 중견 건설사 대표 일가와 도청 공무원이 개발 부지 내 토지를 미리 매입해 도합 70억 원대 보상 차익을 거두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땅을 사들인 시점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제주지사로 재직하면서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을 비공개 추진하던 시기와 겹쳐 내부 개발 정보가 투기에 활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원 후보자가 해당 부지에 투기 방지 대책을 전혀 시행하지 않은 점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1일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자료와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시 소재 A건설사 대표의 배우자 B(62)씨와 아들 C(34)씨는 2017년 2월 오등봉공원 사업구역 내 3필지 9,210㎡를 20억4,600만 원에 사서 소유하고 있다. 제주시가 지난달부터 오등봉공원 사업부지 토지주들에게 보상평가액을 통보 중인 가운데, 이들의 3개 필지 보상금은 총 75억8,000만 원이다. 매입 5년 만에 매입가의 2.7배인 55억3,400만 원을 차익으로 남긴 것이다. A건설사는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기준 도내 종합건설사 109곳 가운데 24위 업체다.
제주도청 6급 공무원 D(60)씨도 2018년 8월 오등봉공원 부지 2필지 1,129㎡를 2억7,300만 원에 매입했다. 이 토지에 책정된 보상금은 15억 원으로 매입가의 5.5배다. D씨는 또 중부공원 부지 1필지 934㎡를 2017년 7월 2,000만 원에 사들여 제주시로부터 매입가의 30배가 넘는 6억2,330만 원을 보상금액으로 통보받았다. D씨가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 필지 보상으로 얻게 된 차익은 도합 18억3,000만 원이다.
이들이 땅을 매입해 보유하던 시기에 제주도는 표면적으로 도시공원 민간 개발 불가 방침을 유지했다. 2016년 9월 경관 및 환경 훼손 우려를 들어 오등봉공원 민간 개발을 불허했고, 2018년 11월엔 "지방채를 발행해 도시공원 부지를 모두 매입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물밑에선 2017년 4월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해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의 민간 개발을 추진하다가 2019년 9월 원 후보자 결재 이후 민간 시행사 공모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제주도의 이 같은 이중행보를 미리 파악할 '정보'가 있었다면 대규모 보상 차익을 거둘 수 있는 여건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당사자들은 투기 의혹을 부인했다. A사 대표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투자용으로 나중에 농사도 짓기 위해 땅을 샀다"며 "개발 정보를 미리 알고 매입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D씨도 “친척이 갖고 있던 땅을 샀으며, 공교롭게 보상을 받는 것일 뿐 지역 개발정보와는 관계없는 매입이었다”고 말했다.
원 후보자 측은 "민간 개발 사업 대부분은 투기 방지를 위해 비공개로 진행한다"는 입장이지만, 투기 예방을 위한 적절한 대책은 반드시 병행됐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동산거래신고법 10조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투기적 거래가 성행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구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그러나 원 후보자는 오등봉공원∙중부공원 부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적이 없고, 다른 투기방지책도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두 공원의 민간 개발을 물밑 검토하는 과정에 '보안'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A사가 포함된 대한건설협회 제주도회는 2019년 1월 도청과의 회의에서 민간특례사업 방식으로 도시공원 개발을 할 수 있게 검토해 달라고 건의했고, 원 후보자는 다음달 이런 건의 내용이 반영된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추진과제’ 문건을 결재했다. 원 후보자가 그해 9월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시행계획을 결재하기 훨씬 전에 업계에 민간 개발이 성사될 거란 신호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원 후보자 측은 “오등봉공원∙중부공원 사업부지는 이미 거래 행위 등을 제한받는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돼 있어 별도의 투기예방책이 불필요한 곳이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