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질구질하고도 자리 탐내면 화 불러" 尹 내각 후보 꾸짖은 '원로 경제학자'

입력
2022.04.29 09:00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새 정부 일할 사람 면면 보니 실망" 글 올려
"대부분 자기 관리 소홀, 의혹 백화점"
"후보자들 돈 쉽게 벌어...서민은 개고생하는데"
"국정 수행할 능력·도덕성 갖췄는지 의문"

경제학 전공 학생들이 가장 많이 보는 '경제학원론'을 쓴 원로 경제학자인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각종 논란에 휩싸인 윤석열 정부 첫 장관 후보자들을 향해 "구질구질하다" "내로남불" 등의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다. 또 "공인이 되려면 자기관리를 했어야지, 구질구질한 행동을 했으면서도 자리를 탐내는 욕심이 화를 불러온다"고 꾸짖었다.

이 교수는 28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남긴 '새 정부에서 일할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새 정부에서 일할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자기관리를 무척 소홀히 해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느낌이 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내내 문제가 되었던 것은 인사검증 시스템의 부실이었고, 국민의힘은 그 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망신을 주기 일쑤였다"며 "그런데 막상 정권이 바뀌고 보니 국민의힘이라 해서 손톱만큼도 더 나을 게 없다"고 꼬집했다. 그러면서 "마치 의혹의 백화점이라 해도 좋을 만큼 다양한 형태의 의혹에 휩싸인 인물이 대부분이고, 그들이 한 일들을 보면 구질구질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며 "국정은 제대로 수행할 능력과 도덕성을 갖추고 있는지 심히 의문"이라고 직격했다.

논란이 확산한 몇몇 후보자들을 직접 거론했다. 그는 "새 차를 구입하면서 고작 몇백만 원 절약하려고 위장전입을 한 걸 보면 구질구질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며 "그때는 그런 일이 많았다고 변명하지만 위장전입은 엄연히 탈법행위"라고 했다.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나자 "차량 구입용 위장전입이 당시에 꽤 있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비판한 것이다. 이 교수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 그런 일을 저질렀다면 모를까 법무장관 후보자의 가족이 그랬다는 건 아연실색할 일"이라며 "그 집 보면 몇백만 원에 목을 매달 정도로 가난하지도 않다"고 했다.

그는 "교통을 책임질 인사가 수없이 많은 교통규칙 위반행위를 했다는 사실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비판했다. 그는 "평범한 국민들도 모두 지키는 교통규칙을 모범이 되어야 할 정치인이 위반을 밥 먹듯 하는 건 무얼로 변명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공인 될 자신 없다면 스스로 포기해야"

또 "범칙금을 내지 않아 자동차를 열 번인가 압류당한 적이 있는 인사가 있다는 보도에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도 비판했다. 그는 "나 같은 평범한 시민은 겁이 나 범칙금을 내지 않는다는 걸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스스로 권세가 있다고 뽐내는 사람만이 그런 일을 감히 저지를 수 있겠죠"라고 개탄했다.

이 교수는 "교육을 담당하게 될 사람과 관련된 의혹은 더욱 가관"이라며 "법인카드를 사적인 용도로 이용한 의혹에다가 카드쪼개기라는 구질구질한 수법까지 동원한 걸로 의심을 받고 있다"고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를 겨냥했다. 이어 "비슷한 이유로 지난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결정적인 타격을 입지 않았습니까?"라며 "이걸 보니 '내로남불'이란 말이 문득 떠오른다"고 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제기된 수많은 의혹들을 일일이 언급하려면 A4 몇 장으로도 모자라 아예 언급을 하지 않겠다"고 혀를 찼다. "스스로 물러나야 마땅한 사람이 왜 저렇게 버티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 뿐"이라고도 했다.

이 교수는 "이 세상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나 자신을 돌아봐도 부끄러움투성이인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공인(公人)의 경우에는 보통 사람들과 다른 잣대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과연 그가 떳떳하게 살아왔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평가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 한 점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만약 자신이 없다면 공인이 되기를 스스로 포기해야 마땅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터무니없이 자리에 욕심을 내다가 망신을 당하고 뒷전으로 밀려났냐"며 "공인이 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진작부터 자기관리를 철저히 했어야지, 자기관리를 하지 않고 구질구질한 행동을 했으면서도 자리를 탐내는 욕심이 화를 불러오는 법"이라고 꾸짖었다.


"쉽게 돈 번 사람 많다"

이 교수는 "새 정부에서 일할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서 또 하나 든 생각은 돈을 참으로 쉽게 버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높은 자리에 있다가 유명 로펌에 이름을 걸어 놓으면 보통 사람이 뼈 빠지게 몇 년을 일해도 벌 수 없는 큰돈을 벌게 된다"며 "법률에 전문지식도 없을 텐데 그들이 로펌에서 하는 일이 과연 무엇이길래 그런 큰돈을 벌 수 있는 걸까"라고 의아해했다.

그는 "사외이사로 이름을 걸어 놓으면 보통 사람 연봉보다도 더 높은 보수를 받으니 참으로 신나는 일 아닙니까"라며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그런 기회가 찾아올 기색조차 보이지 않는데, 용케도 힘 있는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사외이사로 모셔 가려고 안달"이라고 비꼬았다.

또 "아무 일 하지 않는데 이름만 걸어 놓고 수천만 원의 자문료를 받았다는 사례도 있다"며 "단돈 몇십만 원이 없어 개고생을 해야 하는 서민들에게는 이 모든 일들이 딴 세상에서 일어나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돈과 권력을 모두 거머쥔 사람들이 주름잡는 세상에서 빽 없고 힘 없는 서민들의 삶은 팍팍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민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