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트위터, 표현의 자유

입력
2022.04.27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25일 55조 원에 트위터 전 지분을 인수하기로 합의,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그의 무모한 도전이 사업적으로 성공할지도 관심이지만 SNS에 극우의 진지가 구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머스크가 트윗 삭제, 영구 정지 등에 반발해 왔던 것으로 미뤄 혐오·폭력적 발언을 규제하던 트위터 게시물 정책을 손봐 극단주의자가 진입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탓이다. 트위터에서 퇴출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복귀하냐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 ‘통제 없는 SNS’는 머스크의 신념에 가깝다. 8,300만 명의 팔로어를 둔 인플루언서로서 스스로 “표현의 자유 절대론자”라고 일컬었고, 도 넘는 조롱의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해 1월 트럼프 계정이 영구 정지됐을 때에는 “많은 이들이 기분 나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신념은 14일 테드(TED) 콘퍼런스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그는 “(트위터 인수로) 돈을 벌려는 게 아니다. 신뢰할 수 있고 포용적인 공공 플랫폼이 있는 게 문명의 미래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했다.

□ 인터넷에는 머스크처럼 검열에 반감이 크고 뭐든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이들이 많은데, ‘표현의 자유’가 종종 ‘혐오의 자유’와 구분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N번방 방지법이 검열이라는 반대가 그렇고, 장애인 단체를 비난하면 왜 안 되느냐는 반문이 그렇다. 문화 연구자 앤절라 네이글은 전통 보수와는 구분되는 온라인 신우익이 1960년대 좌익의 위반의 문화, 즉 권위를 무시하고 일탈을 일삼는 문화를 계승해 성장했다고 분석했다(‘인싸를 죽여라’·오월의 봄).

□ 미국에서 규제 없는 표현의 자유가 혐오·폭력 창궐로 치달은 단적인 사례는 온라인 커뮤니티 포챈(4chan) 에잇챈(8chan)이다. 우리나라에는 호남 비하, 세월호 희생자 모욕, 여성 혐오, 장애인 등 약자 비하로 악명을 떨친 일베가 있다. 이렇게 싹튼 온라인 극우 세력이 포퓰리즘 정치의 배경이 됐다. 트위터의 변화는 포챈만큼 극단적이지 않아도 영향력은 클 것이다. '머스크의 트위터'에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희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