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부터 유류세 또 내린다는데…체감 못하는 농어민들 '속앓이'

입력
2022.04.28 04:30
대부분 면세유인 농·어업용, 유류세 인하 방침과 무관
'완충효과' 없어...말 못할 고충만 늘어
정부·지자체 보조금 지원 등으로 불 끄기

충남 당진에서 밭농사를 짓는 이모(65)씨는 5월부터 기존 20%에서 30%로 확대될 예정이라고 전해진 유류세 인하 소식에 말 못할 '속앓이'만 깊어진다고 했다. 농업에 사용하는 기름이 대부분 면세유이다보니, 유가 상승 폭이 그대로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씨는 27일 “농업용 면세유 사용으로 이미 혜택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대놓고 어려움을 호소하긴 어렵다"면서도 "유가 상승이 생산 단가에 ‘직격탄’이 되는 터여서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유류세 인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농·어업인들의 유가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미 인건비에서부터 각종 원자재 비용까지 오를 대로 올라간 상황에서 유가 상승 폭이 그대로 적용되는 면세유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해 초(1월 1일)만 해도 리터(L)당 675원이던 경유 가격은 꾸준히 올라 최근(26일 기준) 1,389원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유류세 20% 인하(지난해 11월 12일 시행) 효과를 본 일반 경유가 658원 오르는 사이 면세유는 714원 상승했다.

최대 200L의 주유가 필요한 농업용 트랙터 한 대(100마력 기준)에 기름을 가득 채울 경우, 지난해 초보다 약 14만 원 이상 더 지출하는 셈이다. 이들의 경우 기름값이 1년여 동안 두 배 이상 오르는 사이, 지난해 11월 12일부터 정부가 실시한 유류세 인하 정책에 따른 ‘완충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특히 최근까지 비료와 사료 가격도 폭등해 어려움은 더 가중된 실정이다.

사정은 고깃배를 띄우는 어업 종사자들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초 드럼(200L)당 8만8,810원이던 선박용 면세유(고유황 경유) 가격은 최근 드럼당 23만 원을 넘어섰다. 무려 2.5배 수준으로 뛴 것이다. 통상 14톤(t)급 어선에 15드럼을 싣고 나가게 되면 10일 동안 작업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협중앙회에 관계자는 “기름값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출어를 포기하는 어업인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류비가 전체 출어 경비에서 40% 안팎으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어선 한 척에 여러 사람을 싣고 나가 조업하는 특성상 유가에 인건비까지 올라, 적자가 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라며 출어 포기 배경을 귀띔했다.

현재로선 농·어업용 기름값에 세금이 아예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세제 측면에서 지원할 방법은 마뜩잖다. 석유업계 중심으론 농·어업인들에 대한 ‘중복 혜택’을 경계해야 한단 목소리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방자치단체별로 긴급 예비비를 편성해 유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급한 불을 끄는 데 급급한 실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수산업자들에 대한 지원 필요성이 제기돼 정책자금 규모를 확대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며 “기존의 어업인 경영을 지원하는 예산을 늘리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농축산업 지원에 대해선 기름값 보조보다 비료나 사료 지원을 우선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