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합의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이 사흘 만에 백지화 위기를 맞았다. 국민의힘이 중재안 재논의를 최고위원회에서 결정하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합의 파기를 수용할 수 없다’며 중재안대로 입법을 강행한다는 입장이어서 강대강 대치 정국은 여야 합의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이유 불문하고 파행정국의 책임은 정치적 합의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국민의힘이 무겁게 져야 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선거와 공직자 범죄 수사권을 경찰에 넘긴 중재안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민주당에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경찰에 넘기기로 합의한 공직자ㆍ선거ㆍ방위사업ㆍ대형참사 범죄 수사권 가운데 절반을 원래대로 검찰이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패ㆍ경제 범죄 또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 때까지 한시적으로 검찰이 직접 수사한다는 중재안의 수사·기소 분리 원칙은 완전히 무시했다. 그렇다면 권성동 원내대표는 ‘중수청 설립 이후 검찰 직접 수사는 원칙적으로 배제한다’는 취지도 모른 채 중재안에 사인했다는 말인가.
공직자ㆍ선거 범죄 수사권이 검찰에서 경찰로 넘어가면 부패공화국이 된다는 주장도 억지스럽다. 선거 범죄의 경우 현재도 경찰이 대부분 1차 수사를 담당하고 검찰은 기소 여부만 판단하고 있다. 중재안에서 공직자 범죄 또한 부패와 연관된 사건은 검찰 관할 여지를 두고 있다. 현재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6대 범죄 가운데 부패ㆍ경제 범죄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공직자ㆍ선거 범죄 수사권까지 놓지 않겠다는 검찰 반발에 편승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의원총회를 통해 추인한 합의안을 번복하고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염치없는 일이다. 민주당도 ‘검찰 보완수사권이 수사ㆍ기소 분리 원칙을 훼손한다’는 거센 내부 비판을 감수한 채 중재안을 수용했다. 국민의힘이 이런 정치적 타협의 산물을 걷어차버린다면 민주당의 입법 강행을 막을 명분이 없다. 입법 실무 차원에서 공직자ㆍ선거 범죄 대응을 논의한다면 몰라도 관할권 문제로 합의를 파기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