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들썩였던 가상화폐 투자 열기가 잦아들면서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거래 수수료 인하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 수수료 대비 4배 이상 비싼 거래 수수료로 지난해에만 4조 원 넘게 벌어들인 거래소들이 떨어진 거래대금을 끌어올리기 위해 수수료 인하 경쟁에 돌입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고팍스는 오는 28일 원화마켓 개장과 동시에 거래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실시하기로 했다. 고팍스는 실명계좌를 획득하지 못해 원화마켓이 폐쇄되자 지난해 10월부터 비트코인(BTC) 마켓 수수료를 무료화했는데, 이를 원화마켓까지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고팍스는 지난 21일 금융당국으로부터 원화마켓 승인을 받아 원화 입출금이 가능한 5개 거래소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거래 수수료 무료화에 나선 것은 고팍스뿐만이 아니다. 코빗 역시 지난 21일부터 ‘메이커' 주문의 거래 수수료를 없애기로 했다. 메이커 주문은 테이커(시장가) 주문 외 지정가 주문 등을 뜻한다. 아울러 메이커 주문에 대해서는 체결 금액의 0.05%만큼 원화 포인트로 지급하기로 했다. 거래가 성사되면 거래소가 오히려 소비자에게 돈을 준다는 얘기다.
거래소들은 그동안 해외 거래소나 증권사 대비 높은 수수료로 비판을 받아 왔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기존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평균 수수료는 0.16%로, 글로벌 거래소인 바이낸스(0.065%)·FTX(0.0.33%) 대비 최대 4.8배 이상 비싸다. 주요 증권사 평균 수수료(0.04%)와 비교해도 4배나 높은 수준이다.
수수료 무료 선언은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줄어든 거래대금과 무관치 않다.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달 국내 점유율 1위 업비트의 지난 24일까지 일평균 거래대금은 33억 달러로, 지난해 5월(172억 달러) 대비 80% 이상 감소한 상황이다. 다른 거래소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업비트 매출 중 수수료 수익이 99.47%(3조6,850억 원)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지난해 같은 수익을 기대하긴 어려워진 셈이다.
다만 수수료 인하 움직임이 거래소 전체로 확산될지는 미지수다. 국내 시장 점유율 80%가 넘는 업비트는 현재 거래소 중 가장 낮은 수수료를 제공하고 있어 추가 인하에 보수적이다. 업계 2위인 빗썸은 가장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지만, 수수료를 내리더라도 점유율 확장이 쉽지 않아 수수료 인하에 소극적이다.
코인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는 소형 거래소가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마케팅 측면도 있다"며 "다만 현재의 거래대금 급감 현상이 장기화 되면, 대형 거래소도 수수료를 추가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