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58)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제주도지사 시절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3,600억 원 규모의 제주시 중부공원 개발사업에 원 후보의 대선예비후보 캠프 고문이 세운 건설사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 후보는 2019년 9월 중부공원과 오등봉공원 두 곳을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대상으로 선정한 사업시행계획을 직접 결재했다.
24일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자료와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원 후보의 대선예비후보 캠프 고문을 지냈고 원 후보를 10년 가까이 지지해온 A씨는 중부공원 사업 우선협상대상자인 제일건설 컨소시엄에 포함된 금성종합건설 회장이다. 현재 A씨의 배우자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중부공원 민간특례사업 개발은 제주시 건입동 167 일대 20만4,000㎡ 부지에 총 사업비 3,620억 원을 투입해 전체 면적의 22%에 15층 아파트 778가구를 짓고, 나머지 78%는 공원으로 조성해 제주시에 기부채납하는 사업이다. 제일건설 컨소시엄이 제주도에 제출한 사업제안서 등에 따르면 민간자본 출자액은 총 100억 원이다. 주관사인 제일건설이 50억 원을 출자하고 금성종합건설 등 3개사 출자액은 16억3,000만 원씩이다. 사업비 대비 수익률은 7%로 컨소시엄 4개사가 가져갈 수익은 280억 원 정도다.
A씨는 1994년 서귀포시에서 금성종합건설을 설립하고 1998년 제주도의원으로 지역정치 활동을 시작한 뒤, 10여 년 전부터는 줄곧 원 후보 곁에 있었다. 그는 2014년 5월 새누리당 제주도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으며, 한 달 뒤 원 후보는 제주도지사로 당선됐다. A씨는 같은 해 제주지사의 새도정준비위원회 자문위원도 지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무소속으로 재선을 노리던 원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원 후보가 제주지사 시절인 2020년 1월 A씨 회사가 중부공원 민간특례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에도 A씨의 정치활동은 이어졌다. 역대 제주도의원들 모임인 제주도의정회장 시절인 지난해 10월 원 후보의 대선출마를 지지하고 선거대책위원회 고문으로 위촉됐다. A씨는 "원 후보와 동향 사람으로 안면은 있지만, 개인적 관계가 있어서 고문을 맡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중부공원과 함께 민간특례사업 대상으로 선정한 오등봉 공원사업(총 사업비 8,162억 원)에도 제주도 공무원 출신 고모씨가 민간 컨소시엄 참여업체 ‘리헌기술단’에서 3개월간 근무했던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고씨는 2017년 제주도가 구성했던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검토를 위한 태스크포스(TF) 팀장을 지냈다.
이처럼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제주시는 지난해 말부터 오등봉·중부공원 민간특례사업 편입 부지 소유주에 대한 토지보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제주도의회는 그러자 사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작년 10월 사업부지 기부채납과 관련한 '오등봉·중부공원에 대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 상정을 보류했다. 공공투자센터 의견과 업체 선정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일부 토지주들은 주변 실거래가와 차이가 크다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응에 나섰다.
천준호 의원은 "원희룡 전 지사가 제주도 최대 개발사업을 추진하며 이해관계가 있는 특정 건설사에 특혜를 준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청문회에서 오등봉·중부공원 민간특례사업의 특혜·비리 의혹을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후보 측은 "중부공원 사업에 참여한 A씨가 대선예비후보 캠프 고문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며 "중부공원 사업은 제주시가 적법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특혜 의혹이 있다면 그것은 수사기관에서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