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막은 검찰 수사권 '시한부 폐지' 여야 합의

입력
2022.04.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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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의장 8개항 중재안 극적 타결 
국민 보호, 권력 감시 공백 없도록 해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두고 극한 대립을 벌이던 여야가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통해 극적으로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22일 박 의장이 양당에 전달한 8개항의 중재안에 대해 의원총회를 연 뒤 수용키로 해 검수완박 정국이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여야 합의를 존중한다고 밝혀 사실상 신구 권력 간 정치적 타협이 이뤄진 모양새다.

박 의장이 여야 원내지도부와의 물밑 협상과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마련한 중재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 폐지를 목표로 하되 당장은 검찰의 수사 개시 범위를 6대 범죄 중 부패·경제범죄 2개로 축소하고 6개의 특수부를 3개로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사법개혁특위를 구성해 한국형 FBI로 불리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등 사법체계 전반을 논의한 뒤 6개월 내에 중수청 입법 조치를 완성하고 이후 1년 내에 중수청을 발족시키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이 시간표대로라면 1년 6개월 후 중수청이 출범하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폐지되는 것이다. 다만 중재안에 ‘검찰 외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 대응 역량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폐지한다'는 조항도 있어 검찰의 수사권 폐지 시점을 두고 해석이 엇갈릴 여지가 없지 않다.

여야가 중재안을 토대로 세밀한 입법 논의를 해야겠지만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라는 원칙에 대한 합의가 이번 타협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검찰이 중재안에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권력기관의 견제와 균형의 측면에서 수사·기소 분리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란 공감대를 마련한 것이다. 검찰권 강화를 공약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이 같은 여야 합의를 존중하는 게 마땅하다.

그렇다고 이날 합의로 여러 난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검찰의 수사권이 경찰과 공수처, 신설 중수청 등으로 분산되지만 이들 수사기관의 중립성 보장과 함께 과잉 수사나 부실수사를 막을 사법적 통제와 견제 방안을 두고 정치권이나 각 기관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힐 수 있다. 당장 검찰의 수사권 축소로 권력 비리에 대한 감시 기능이 약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이날 합의를 정치권의 야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는 점을 여야는 명심해야 한다. 이런 배경에서 13명의 위원으로 구성될 사법개혁특위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오직 국민 권익을 보호하는 입장에서 검찰과 수사기관 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