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정국의 변곡점마다 광주 지역 국회의원이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안건조정위 구성을 대비해 국회 법사위로 사보임했던 양향자 의원과 위장탈당이라는 헌정사 초유의 편법을 쓴 민형배 의원 지역구가 각각 광주 서구을과 광주 광산을이다. 야당에서 유일하게 검수완박 찬성 입장을 천명한 권은희 의원은 광주 광산을에서 국회의원을 두 번 지냈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完剝)'이 '완만한 박탈(緩剝)'로 마무리되면서 세 정치인의 엇갈린 선택과 정치적 득실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민형배 의원의 탈당은 민주당 입법 독주의 상징으로 부각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진보 시민단체조차 입법적폐라고 맹비난했다. 민 의원의 초강수로 인해 그가 몸담고 있는 강성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도 재조명되고 있다. 검수완박에 올인한 김용민ㆍ최강욱ㆍ황운하 의원 등이 모두 처럼회 멤버다. 양향자 의원은 “처럼회가 곧 민주당”이라면서 처럼회에 휘둘리는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러나 전국 여론과 달리 호남지역은 검수완박 찬성 여론이 높아 민 의원의 정치적 타격은 제한적으로 보인다.
□ 양향자 의원의 검수완박 반대는 양심선언에 가까웠다. 안건조정위 무력화를 시도하던 민주당이 민형배 탈당 카드로 틀어막긴 했지만 검수완박 질주에도 제동이 걸렸다. 더욱이 양 의원은 19대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영입한 인물이라 민주당 충격파가 더 컸다. 하지만 검찰 수사ㆍ기소권 분리로 파문의 가닥이 잡히면서 양 의원의 지역구 정치는 시험대에 올랐다. 보좌진 성범죄 사건으로 민주당을 탈당했던 양 의원의 복당 또한 난기류에 휩싸였다.
□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의 검수완박 찬성 입장은 결과적으로 큰 의미가 없게 됐다. 당초 민주당은 본회의 필리버스터 저지에 권 의원의 역할을 기대했지만 여야 중재안 합의에 따라 권 의원의 민주당 기여도는 반감되고 말았다. 국민의당을 사실상 흡수 합당하는 국민의힘에서는 ‘권 의원의 태도가 합당정신을 훼손한다’며 탈당까지 요구하고 있다. 합당에 반대하며 제명을 요구하는 권 의원이 어떤 활로를 모색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