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누리호를 보며 우주의 꿈을 키우게 될 거야. 우리는 700㎞를 날아갔지만, 너희는 달까지 화성까지 날아가겠지.’
지난달 29일부터 '누리호'를 주제로 온라인에서 방영된 60초 분량의 한화그룹 광고 가운데 나온 카피는 전 연령대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우리나라 독자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로 절반의 성공을 거둔 '누리호'에 대한 자부심인 듯했다. 지금의 과학자들이 1969년 미국에서 발사한 유인우주선 '아폴로 11호'의 달착륙에 고무되면서 누리호 개발에 나섰다면, '미래 과학자들'은 개선된 토종 기술과 더불어 한층 더 높은 꿈을 현실로 만들어 줄 것이란 기대감으로 읽혔다.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대기업 광고로선 이례적으로 현재까지 유튜브 조회수 1,300만 건을 넘어선 배경이다.
국내 그룹 광고의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엔 주로 기업 철학 소개나 자사 이미지 고취에 주안점을 뒀다면 최근 들어선 미래지향적인 흐름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급변하는 산업 생태계 환경 속에, 먼 미래 먹거리로만 여겨질 법한 주력 사업 내용을 감각적인 시나리오로 풀어내면서다. 이전까지 주로 해외에 의존했던 신산업 핵심 기술들이 속속 국산화되면서 높아진 자신감도 달라진 광고의 이면에 자리했다는 평가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방향성과 감성을 연계시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은 광고들이 최근 들어 눈에 띄고 있다.
두산그룹에서 지난 2월부터 선보인 30초 길이의 TV광고 ‘수소 밸류체인’편도 그룹의 미래사업을 효과적으로 소개했단 평을 받는다. 아직까지 소비자들의 피부에 와닿는 사업이 아닌 만큼, 감각적인 디자인의 그래픽과 함축된 설명으로 고객들의 이해를 돕는 데 주력했다.
올해 말 열릴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까지 노출될 60초 버전의 현대차 온라인 광고 역시 탄소중립을 향한 그룹의 방향성이 충분히 반영했단 시각이다. 영국 축구 선수 스티븐 제라드와 방탄소년단 등이 ‘탄소중립 월드컵’ 목표를 위해 뛰는 모습을 담은 ‘세기의 골’ 캠페인으로 전개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류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단 뜻을 담은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방향성과 자신감을 광고 영상에 명확하게 투영, 소비자들의 필요와 욕구까지 충족시킨 전략이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명천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기존의 기업 광고는 주제가 사회적 이슈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공익 광고와 구분이 어려운 경향마저 있었지만, 최근의 기업 광고는 미래 먹거리에 대한 구체적 경영철학을 국민들의 기대와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광고와 대비된다”고 짚었다. 과거 그룹 광고는 나쁜 이미지를 씻고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데 치중했다면, 오늘날은 높아진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룹의 방향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스토리텔링까지 담아내면서 광고 효과를 극대화했단 얘기다. 광고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그룹 광고도 잠재성장성과 사회적인 공감대까지 반영된 형태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며 "한동안 이런 흐름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