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58)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던 2007년 5월 원 후보 모친이 본인 소유의 제주 서귀포 토지 11개 필지를 호텔롯데에 한꺼번에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발이 제한되는 구역에 속한 땅이었지만, 매각 두 달 전 원 후보자가 공직자 재산 신고를 통해 밝힌 땅값의 3배를 넘게 받았다. 원 후보자는 이듬해 재산 공개 때 해당 토지의 매각가를 등기부상 가격보다 10% 이상 낮게 신고해 불성실 신고 논란도 일고 있다.
2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원 후보자 모친 김모씨는 1980년 1월 15일 서귀포시 색달동 5-6을 포함한 11개 필지 7,681㎡(2,327평)를 매입했다. 미등기 상태였던 이 토지는 김씨가 2006년 10월 등기 절차를 마치면서 2007년 3월 공직자 재산 공개 때 국회의원이던 원 후보자의 ‘직계존속 재산’으로 신고됐다. 원 후보자 측이 산정한 토지 가액은 4,346만 원으로, 2006년(4,372만 원)과 2007년(5,130만 원) 공시지가보다 낮았다.
김씨는 그해 5월 23일 총 1억3,900만 원(등기부등본 기준)을 받고 11개 필지를 호텔롯데에 일괄 매각했다. 원 후보자 측이 두 달 전 매긴 시세보다 3.2배, 금액으로는 1억 원 가까이 높은 금액이다. 호텔롯데는 호텔 체인을 운영하는 롯데그룹 주력 계열사다.
제주도청 자료 등을 보면 김씨가 매각한 토지의 대부분(11개 필지 중 10개)은 호텔롯데가 2007년 1월 제주도에 사업제안서를 내고 추진했다가 결국 무산된 리조트 사업 계획 부지 133만8,000여㎡의 일부다. 해당 부지는 국공유지 92%, 사유지 8%로 이뤄져 있는데, 호텔롯데는 사유지 수용 명분으로 김씨와 다른 2명에게 땅을 사들였다. 이 가운데 김씨가 매각한 땅이 가장 넓고 필지 수도 제일 많았다.
당시 토지 거래를 두고 현지에선 "일반적이진 않다"는 반응을 내놨다. 김씨 땅은 생태계보전지구(4등급)에 속한 탓에 개발이 제한돼 당시나 지금이나 거의 거래가 없다는 것이다. 서귀포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전재홍(58)씨는 “개발은커녕 농사도 지을 수 없는 땅이라서 롯데 사업이 아니었다면 누구도 안 샀을 땅”이라고 말했다.
호텔롯데가 사업 의지가 크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회사가 사업 부지 내 수용해야 할 사유지 면적이 10만4,508㎡였는데 사들인 땅은 김씨 소유분 7,000여㎡를 포함해 8,281㎡에 불과했다. 리조트 사업 계획은 제주도가 감사원 지적을 받고 2011년 8월 승인 거부 결정을 내리면서 무산됐다. 감사원은 그해 제주도 기관운영감사를 진행한 뒤 해당 사업에 대해 △회사가 사업 부지의 8%에 불과한 사유지 소유권조차 갖지 못한 점 △부지의 92%에 달하는 국공유지를 민간기업에 넘기게 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는 “당시 롯데에 제주도 국공유지를 헐값에 매각한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사업에 반대했다"고 말했다.
호텔롯데가 사업을 계획했던 부지는 지금도 공터 상태다. 개발 기대가 있던 초반에 땅을 매각한 원 후보자 모친을 비롯해 소수의 토지주만 이득을 본 셈이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당시 토지 매입 경위, 고가 매입 이유 등을 묻는 질문에 “당시 사업 상황을 아는 직원이 없어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원 후보자는 모친이 호텔롯데에 땅을 매각한 이후인 2008년 3월 정기 공직자 재산 신고 때 해당 토지를 ‘실거래가’에 팔았다며 매각가를 1억1,616만 원으로 기재했다. 등기부등본상 매각가격(1억 3,900만 원)보다 2,284만 원(16.4%)을 낮춰 신고한 셈이다. 한 토지거래 전문업체 임원은 “토지의 경우 실제 거래가격보다 매매가격을 올려 등기하는 ‘업(up)계약’ 관행이 지금도 횡행한다“며 “거래 쌍방의 동의하에 매입자가 향후 땅을 팔 때 양도세를 조금이라도 줄이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 후보자 측은 “모친의 토지 실거래가를 산정해서 재산 신고를 할 때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모친이 땅을 호텔롯데에 매각한 경위에 대해선 “롯데에서 제안한 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일 뿐”이라며 “2007년 당시 롯데가 모친뿐 아니라 다른 개인 소유 토지도 매입했던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