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김오수의 과제, 민주당 돌려 세울 '수사 공정성 확보 방안'

입력
2022.04.20 04:30
3면
민주당 검찰 트라우마 불식시킬 방법도 필요
격분한 검찰 분위기 다잡고 조직 지지 얻어야

김오수 검찰총장이 우여곡절 끝에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을 이끌어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법안 반대만을 외치는 여론전을 넘어 새로운 전략을 들고나와야 할 상황에 놓였다.

김 총장은 문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한숨을 돌렸지만, 조직 수장으로서 그에게 주어진 숙제는 한두 개가 아니다. 민주당을 돌려 세울 수사 공정성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민주당의 '검찰 수사 트라우마'를 불식할 방법도 제시해야 한다. 국회 설득 작업에 매진하기 위해선 검찰 분위기를 다잡고 후배 검사들의 지지도 얻어야 한다.

①민주당 설득할 수사 공정성 확보 방안이 관건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총장은 이날 대검 간부들과 민주당을 설득하기 위한 수사 공정성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지만, 김 총장은 아이디원 차원에서 특별법 제정까지 언급했다. 김 총장은 출근길에 "검수완박 법안이 아니더라도 국회 권한으로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있을 것"이라며 "수사권자인 검찰총장, 고검장, 지검장 등을 국회에 출석시켜 국회 정보위원회처럼 비공개를 전제로 질의하고 답변도 듣고 자료를 제출받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중요 수사는 국회 감시와 통제를 받으면서 진행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지방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국회에 수사 진행상황을 보고하는 건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검사 입장에선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다만 이것만으론 수사권 완전 박탈을 외치는 민주당을 멈춰 세울 순 없기 때문에 다른 대안들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②민주당 '검찰 수사 트라우마 해소' 접근 필요

검찰 일각에선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시도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형성된 '검찰 수사 트라우마'를 해소할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민주당은 검찰이 무리하게 정치적 수사를 반복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왜 이런 평가가 반복되는지 정확히 분석하고 대책을 내놓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김 총장도 이날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출석해 "저희(검찰)가 다 잘한 건 아니다. 성찰하고 반성하도록 하겠다. 검찰 수사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해 국민들에게 철저히 점검받고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 검찰청 한 차장검사는 "정권이 교체되고 검찰 구성원이 바뀌어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수사할 수 없도록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결정에 구속력을 부여하는 등 현실적인 대책을 논의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③검찰 조직의 탄탄한 지지 확보도 요구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는 검사들의 과격한 목소리를 다독여가며 의견을 모아야 하는 것도 김 총장 입장에선 만만찮은 숙제다. 지방검찰청의 한 차장검사는 "지금 같은 위기 국면에선 뭉쳐도 모자랄 판인데 총장을 향해 격한 발언을 쏟아내는 검사도 적지 않다"며 "평검사회의와 부장검사회의를 통해 정제된 의견이 개진되고 이를 수뇌부가 수용하는 과정을 거쳐야 잡음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국 고검장들은 전날 열린 긴급회의에서 "앞으로 총장을 중심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고 밝혔고, 김 총장도 이날 출근길에서 "검찰 구성원들의 지혜를 모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위헌성 검토하고 공청회 개최까지

검찰 내부적으론 '검수완박' 법안의 위헌성을 검토하고 반대 여론을 수집하고 있다. 대검은 최근 공판송무부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법안의 국회 통과를 대비해 위헌 소지가 있는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 대검은 오는 22일 ‘검찰 수사기능 폐지 법안 관련 공청회’를 열어 판사, 변호사, 교수 등 각계 전문가와 함께 법안의 문제점을 짚어볼 예정이다.

이상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