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검수완박 '입법 독주' 가능은 한데... 불안한 세 가지

입력
2022.04.1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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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 독주 장면에 역풍 불라
한동훈, '한국형 FBI' 맡을 수도
헌재, 위헌 판단 유리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 15일 소속 의원 172명 전원이 발의해 검찰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 이른바 ‘검수완박’ 입법 절차를 개시했으나 불안감이 없지는 않다. ‘4월 법안 처리 후 5월 3일 국무회의 공포’라는 자체 시간표를 지키려면 좋든 싫든 ‘입법 독주’ 모양새를 연출할 수밖에 없다. 역풍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법무부 장관 후보에 측근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지명한 것이 민주당이 추진하는 ‘한국형 FBI(미국 연방수사국)’ 설치와 맞물려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제동을 걸 우려도 적지 않다.


'입법 독주' 장면 여러 번 불가피

민주당은 이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잇달아 열어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 등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과반 의석을 점한 만큼 마음만 먹으면 법안 처리에 장애물은 없는 상황. 그러나 험로는 이미 예고돼 있다. 국민의힘은 물론 정의당까지 4월 강행 처리에 극구 반대하면서 단계별로 법안을 통과시킬 때마다 거친 모습을 여러 번 보여야 한다.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기립 표결’하거나, 임시회의 쪼개기 의결을 통해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강제 종결시키는 등 과거 입법 독주 장면이 재연될 수 있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17일 “국회법 절차를 민주당에 유리한 방식으로 해석해 극한까지 밀어붙여 법을 통과시킬 경우 독주ㆍ오만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체재 '한국형 FBI', 칼자루 한동훈에?

민주당은 검수완박의 대안으로 한국형 FBI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검찰한테서 빼앗은 6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수사 권한을 한국형 FBI에 주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은 한때 해당 기구를 정부조직법상 법무부 아래 두는 방안을 검토한 적이 있다. 행정안전부 소속인 경찰과의 견제 및 균형을 위해서다. 미 FBI도 법무부에 속해 있고, 이수진 민주당 의원이 한국형 FBI를 염두에 두고 지난해 5월 발의한 ‘특별수사청’ 법안 역시 법무부 소속 기관으로 설치한다고 명시했다.

그런데 민주당이 검수완박 입법을 당론으로 채택한 이튿날(13일) 윤 당선인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한 부원장을 지명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한국형 FBI를 법무부 밑에 두자니 한 후보자에게 잘 드는 새 칼을 쥐어주는 격이 될 수 있어서다. 때문에 당내에서는 이 조직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처럼 독립 기관으로 만드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헌재가 손 들어줄지도 미지수

위헌 시비도 부담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검찰 수사권 폐지는 위헌”이라며 검수완박 입법이 완료되면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경우 헌재 재판관들이 민주당 손을 들어줄지 자신할 수가 없다. 민주당은 동의하지 않지만, 검사의 영장 청구권을 두고 ‘검사 수사권을 헌법이 이미 전제한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진보 성향의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검수완박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사법경찰관의 신청이 있을 때에만 검사가 영장을 청구할 수 있게 했을 뿐, 검사가 독립적으로 스스로 판단에 의해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는 배제해 버렸다”며 “위헌”이라고 단언했다.

헌재는 지난해 10월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돼 민주당이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발의한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를 그가 이미 퇴직해 탄핵의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했었다. 한 의원은 “위기가 닥치면 똘똘 뭉치는 법관, 검사, 변호사의 ‘법조 카르텔’은 결코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