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레미제라블 될 수도… 우리 소시민 얘기 담은 뮤지컬"

입력
2022.04.20 15:00
시민군 서사 보강하고 새 단장한 뮤지컬 '광주'
주연 격상한 '유이건' 역, 배우 조휘 인터뷰
데뷔 20년 "창작뮤지컬 중요한 이유는…"

"한국판 '레미제라블'이 될 수도 있잖아요. 40년, 50년 된 해외 대작들도 매 시즌 수정해요. '광주'도 비판을 수용하며 완성해 나간다면 가능하다고 봐요."

올해 세 번째 시즌을 맞은 뮤지컬 '광주'가 이달 15일 개막했다.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2020년 초연된 후 개작을 거듭해 온 작품이다. 이번 시즌에 합류한 배우 조휘(42)는 개막을 앞둔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프랑스혁명을 다룬 세계적 뮤지컬 '레미제라블'처럼 '광주'도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강조했다. "가위바위보도 삼세판하는데, 뮤지컬도 삼연째니까 이제 완성 단계에 진입하고 있는 거 아니겠느냐"는 농담으로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했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데 가치를 뒀다. 그는 "요즘처럼 불안하고 힘든 시기에 전 세계적으로 히어로물들이 많다"면서 "이럴 때 인물을 영웅화하지 않고, 우리가 알아야 할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쉽게 풀어낸 작품(광주)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래서 '담담하게 말하라'는 고선웅 연출의 당부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듯 자연스럽게 연기하고자 애를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휘가 연기하는 '윤이건'은 이번 시즌 변화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광주 시민의 서사에 무게감이 실리면서, 지난 공연까지는 조연이었다가 주연으로 비중이 높아진 캐릭터라서다. 야학교사이자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윤상원 열사를 참고해 만든 이 인물은 기존 주인공인 박한수와 투톱 구도를 이룬다. 박한수는 광주에 파견된 후 참상을 목격하며 진실에 눈을 뜬 505부대 편의대원이다. "1막에서는 '너는 너무 긍정적이야, 이런 판국에'라는 말을 듣는 인물(윤이건)이 2막이 되면 외부의 압력으로 변하게 돼요. 그런 과정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광주'는 음악도 달라졌다. 시민군 서사를 강화하기 위해 시민군의 의지와 믿음을 드러내는 '눈엔 눈'과 같은 신곡을 추가하는 등 전체적으로 주제가 선명해지도록 음악도 바뀌었다. 조휘는 가장 좋아하는 넘버로 폭발하는 노래보다는 읖조리듯 부르는 대목이 긴 '순이 생각'을 꼽았다. 난로 땔감으로 솔방울을 찾고, 반지하 이불 공장에서 일하다 폐질환으로 이른 나이에 숨진 '순이'를 생각하며 읖조리듯 부르는 대목에서 그 시대의 애잔함을 느껴서다.

창작뮤지컬 '블루사이공'으로 데뷔한 지 20년이 된 그에게 뮤지컬은 어떤 예술일까. 그는 "사람들이 접하기 어려운 얘기를 전달하는 역할"이라고 답했다. 그래서 한국 뮤지컬이 양적으로 성장한 이때, 우리 얘기를 하는 창작뮤지컬이 한 단계 도약해야 할 때라고 믿는다. 창작뮤지컬을 우선순위에 두고 작품을 고르는 이유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한국 병사들의 비참한 말로를 조명한 '블루사이공' 공연 당시에, 고엽제 피해로 시각장애인이 된 참전군인이 관람하신 소식을 접했어요. 무대 상황을 지인의 설명을 들으면서 보신 거죠. 한 회도 허투루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그는 이번 '광주'가 오랜만에 그렇게 가슴 뜨거운 작품이라고 했다. 여기에 "온 힘을 다해 전달하겠다"는 포부를 인터뷰 말미에 덧붙였다. 올해 '광주'는 5월 1일까지 서울 관객을 만난다.

진달래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