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꽃의 계절이다. 어느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지만 튤립이 백미다. 군집의 질서와 조화로움은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한때 튤립은 많은 사람의 '지나친 사랑(투기·妬忌)'을 넘어서 투기(投機)의 대상이었다. 이런 일화도 있다. "한 항해사가 튤립 구근을 양파라 생각하고 먹는 바람에 감옥에 갇히게 됐다. 그가 먹은 튤립 구근 한 개가 선원 전체의 1년치 식량값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1630년대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튤립파동 관련 에피소드다.
양파처럼 생긴 튤립 구근 한 개가 고급 주택가격에 맞먹었다 한다. 폭등한 튤립가격은 1637년 정점을 찍었고, 이후 가격이 급락하면서 일부 '상투 잡은' 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17세기 네덜란드는 상업적으로 성공한 나라였고 금융업이 발달했다. 은행업, 증권거래소, 선물시장까지 등장하면서 부(富)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를 채워줄 수단이 됐다. 당시 튤립파동은 너도나도 튤립 시장에 달려든 과수요가 원인이다. 400년 전 네덜란드 튤립파동처럼 지금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수요와 공급 양쪽에서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로 세계적으로 돈이 넘쳐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공급망 불안까지 겹쳤다. 올해 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평균 7.7%로 치솟았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2015년을 100으로 봤을 때 132까지 올랐다. 3월 터키의 생산자물가지수는 531로 튤립가격도 울고 갈 수준이다.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조절하는 정책수단은 금리인상 등을 통해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물가 잡겠다고 급격히 금리를 올리면 늘어난 빚을 갚아야 하는 취약계층 타격이 불가피하다. 정책당국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공급발 인플레이션은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수요나 공급 양쪽 다 인간의 합리적 이성이 회복돼야 물가가 잡힐 것이다. 그게 언제일지 알 수 없어 답답하고 길어질수록 상처는 깊어질 것이다.